유럽 최대의 금광이 묻혀있는 루마니아의 로시아 몬타나 개발권을 따냈던 캐나다 광산업체가 환경 보호를 이유로 프로젝트를 중단시킨 루마니아 정부를 상대로 약 8조 원을 보상하라며 낸 손해배상 분쟁에서 완패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 시간)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캐나다 광산업체인 가브리엘 리소스(Gabriel Resources, 이하 GR)가 루마니아 정부를 상대로 낸 최대 67억 달러(약 8조84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중재 판정에서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아도 된다"며 루마니아 측 손을 들어줬다.
2015년 관련 분쟁이 시작된 지 9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오히려 ICSID는 GR이 루마니아 정부에 수백만 달러의 중재 비용과 법적 비용 일부를 배상하도록 명령했다.
1999년 GR은 루마니아 서부 산악지역인 로시아 몬타나의 사용권을 얻고, 유럽 최대 금광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GR은 이 건설 프로젝트가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고용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홍보했다. 로시아 몬타나에는 약 314t의 금과 1500t의 은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고대 로마의 광산 유적지 등을 파괴하고, 생태학적 재앙을 초래할 거라는 우려가 퍼졌다. 업체가 채굴을 위해 수백만 t의 시안화나트륨(청산가리)을 사용하는 등 환경 파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13년 루마니아 시민과 환경단체 등은 잇달아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거세게 항의했고, 루마니아 정부는 2014년 광산 건설 지원을 철회했다.
이에 GR은 2015년 세계은행 산하 중재기구인 ICSID에 "루마니아 정부가 행동할 의무에도 행정 절차를 지속해서 수행하지 않았다"며 이번 중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ICSID는 이를 기각했다.
마르셀 시올라쿠 루마니아 총리는 성명에서 "높은 비용을 루마니아 시민들이 부담하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었다"면서 "루마니아를 대리한 변호사 팀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GR은 "우리는 루마니아의 시민이 이 광산 프로젝트로 누릴 경제적 혜택을 놓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항소를 포함해 모든 법적 행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로시아 몬타나 광산 경관'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추가된 바 있다.
조한주 법률신문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