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한기자
최근 축구선수 황의조씨가 성관계 불법 촬영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가운데 연인, 지인, 불특정 다수 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관련 불법 촬영·유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집행유예·벌금형에 그쳐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상 상습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발생 건수 및 검거율은 2018년 5925건·94.7%, 2019년 5764건·94.4%, 2020년 4881건·94.6%, 2021년 5541건·88.7%, 2022년 5876건·86.4%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6건의 불법 촬영이 발생한 셈인데 카메라 초소형화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고도화되면서 검거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황씨의 형수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황씨는 A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피해 여성 측은 엄벌 탄원서를 각각 제출한 상태다. A씨는 지난해 황씨와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황씨의 불법 촬영 정황을 포착해 피의자로 전환했고, 지난 8일 황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법상 카메라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불법 촬영 처벌은 벌금형과 집행유예가 절반 이상에 달했다. 성폭력처벌법에는 강간, 추행 등이 포함돼있기 때문에 단순 불법 촬영의 경우 대부분 실형을 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법연감의 1심 결과를 살펴보면 2022년 성폭력처벌법 판결은 5205건 있었다. 판결 결과를 보면 집행유예 1834건(35.4%), 유기징역 1689건(32.4%), 벌금형 1038건(19.9%), 무죄 181건(3.4%), 선고유예 89건(1.7%), 소년부송치 58건(1.1%) 등으로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이그룹 비에이피(B.A.P) 출신 힘찬은 지난달 1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나 내용, 범행 방법 그리고 피해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봤을 때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피해자와 모두 합의했고, 피해자들이 힘찬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힘찬은 2022년 5월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준 피해자를 성폭행한 뒤 불법 촬영하고, 다음 달인 6월 피해자에게 음란물을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매우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불법 촬영·유포 범죄는 피해자에게 엄청난 압박을 주고, 사진과 영상을 삭제한다고 해도 평생 아픔을 남길 수 있다”며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많이 나오는 것은 재판부가 피해자 고통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 양형에 차이를 두지만, 이 역시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