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바이든 3년…되레 화석연료기업 영업익 3배

청정에너지 전환 목표 바이든 행정부
화석연료 업계 이익 고공행진
재선 노리는 바이든에 부정적 업적
코로나19, 러·우 전쟁 변수 반론도

에너지 정책에서 청정에너지 전환을 강조한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 3년간 주요 화석연료 기업의 영업익이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해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에서 두 번째 당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숨기고 싶어 하는 업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 때 화석연료 업계 영업익 3배

바이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대 미국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기업의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바이든 집권 1년차부터 3년차) 총 영업이익은 3130억달러로 예상됐다. 이는 10대 화석연료 기업의 트럼프 행정부 집권 3년차까지 영업이익(1120억달러) 대비 180% 늘어난 수치다. 10대 화석연료 기업은 엑손모빌·셰브론·코노코필립스·EOG 리소시스·파이오니어·옥시덴탈 페트롤리움·헤스·데번 에너지·다이아몬드백 에너지·코테라 에너지를 말한다.

높아진 수익성으로 역대급 배당금을 실현한 10대 화석연료 기업의 시가총액은 바이든 행정부 집권 2년 새 두 배를 웃도는 1조1000억달러로 불어났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3년차까지 10대 화석연료 기업의 시가총액이 12% 줄어든 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기록적인 석유·천연가스가 미국 땅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석유 생산량은 하루 1330만배럴로 2019년 11월 직전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그 해 12월 천연가스 생산량도 처음으로 하루 1050억제곱피트를 돌파했다. 미국은 지난해 카타르를 제치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친환경론자 비판…“어쩔 수 없었다” 변론도

이는 2020년 대선 때부터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약속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의제와 모순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들의 이탈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외신은 “바이든 선거캠프가 민주당 진보파의 반발을 두려워해 (화석연료) 업계 성공을 선전하는 것을 꺼려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이유”라고 짚었다. 2022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엑손모빌을 향해 “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며 이른바 횡재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압박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집권기에는 막을 수 없는 대외 변수가 있었다는 변론도 함께 나온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컸기 때문이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전환 과정에서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강하게 반등한 데 이어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여느 때보다 컸다는 분석이다. 미국 원유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바이든 행정부 3년간 배럴당 약 80달러로 트럼프 행정부(배럴당 58달러) 대비 38% 증가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기후 자문위원이었던 폴 블레드소는 “(코로나19와 러·우 전쟁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록적인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한 것일 뿐”이라며 “민주당 대통령으로서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들어 화석연료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업계 변수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신규 LNG 수출시설 건립에 대한 허가를 중단하면서 업계 반발을 샀다.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에너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행보로도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화석연료 산업 대폭 지원”

트럼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면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를 공언한 상태다. IRA는 4000억달러 규모의 친환경 세액공제 및 보조금을 핵심 골자로 한다.

화석연료 기업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재집권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자금 추적 단체 오픈시크리츠에 따르면 공화당은 2020년 선거 이후 업계로부터 1억2640만달러의 선거 기부금을 유치한 반면 민주당은 2360만달러에 그쳤다. 미국석유협회의 마이크 소머스 회장은 “현 행정부 하에서 업계로서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는 규제를 매주 마주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미래의 생산량 감소에 대한 씨앗을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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