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지구 속에 무려 5조t에 이르는 천연 수소가 잠들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 인류가 향후 1만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지질조사국 연구 책임자 제프리 엘리스 박사가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미발표 보고서 내용 일부를 소개했다.
엘리스 박사는 현재 지구 아래에 매장된 천연가스의 양을 5조t으로 추정하며 "대부분의 수소는 접근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만 추출할 수 있어도 향후 수백년에 걸쳐 에너지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천연수소는 석유 자원처럼 땅속에서 채굴해 얻을 수 있는 수소다. 대부분은 지구 맨틀 상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수소들은 지구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됐다. 특히 지구 맨틀 상부층을 이루는 '감람석'은 주요 천연수소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감람석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물과 반응해 사문석이 되며, 이 과정에서 수소가 배출된다.
수소 연료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석유나 가스와 달리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난 뒤 물만 남기기 때문이다. FT는 천연수소의 잠재력을 두고 "새로운 에너지 골드러시가 재현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등 자원 개발 강국에선 이미 천연가스 시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투자하는 에너지 벤처캐피탈(VC)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는 천연가스 채굴 기업 '콜로마'에 9100만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기업 최고사업책임자인 폴 하라카는 FT에 "천연수소는 탄소 배출이 적고, 토지 및 물, 에너지 소바도 적다"라며 "깨끗한 수소를 생산할 특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천연수소 탐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4월 전국 5개 지점에 측정 장치를 설치, 국내 최초로 수소 발생을 확인한 뒤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또 수소 탐사 및 모니터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국의 유망지역을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