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한국은행은 조사국이 22일 과거와 비교해 물가 둔화 추세에 대한 확신이 커졌다고 강조하면서도 물가안정기 진입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 조사국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수정경제전망 기자설명회에서 "소비 회복세가 더디겠지만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이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둔화 흐름은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당분간은 주춤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2%에 가까워질수록 물가가 완만하게 내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하며 '라스트마일(물가 목표까지의 구간)'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지호 조사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땐 빠르게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며 "물가 안정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유가, 농산물가격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목표 수준으로 갈 때 평탄하게 가긴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한은 조사국과의 2월 경제전망 설명회 일문일답.
- 작년 11월 보고서의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하겠으나, 당분간 국제유가 등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는 표현과 달리, 이번 전망에선 ‘유가 리스크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당분간'과 '계속'이라는 표현에 차이가 있는지
▲(이지호 조사국장) 기조적으론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물가가 안정되는 과정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땐 빠르게 내려오는 경향이 있다. 물가 안정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유가, 농산물가격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목표 수준으로 갈 때 평탄하게 가긴 어렵다는 의미다. 물가 흐름 자체를 평균적으로 살펴봤을 때 하향 안정된 추세를 나타낸다는 의미다.
- 전망 자료에 '연준이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라는 표현이 언급됐다. 하반기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건지
▲(이지호) 시장에선 미국이 6월 정도 금리 인하한다고 기대하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을 특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반기 중 성장 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 오늘 금통위 화두는 ‘내수’ 같다. 연간 내수 성장 전망이 1.9%에서 1.6%로 낮춰졌다고 나와 있다. 0.3%포인트 낮아진 이유가 궁금하다. 또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 예측했는데 그 이유는.
▲(김웅 부총재보) 고금리·고물가 영향이 내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비 핵심 연령층인 30~40대의 소비 제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반기 때 좋아진다고 전망한 이유는 고금리, 고물가 부담이 좀 더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호) 지난해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보면 빠른 (내수) 회복 속도는 아니다. 고물가,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면서 소비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국면이 전환된다면 소비도 회복될 수 있을 거라 본다.
- 최근 보고서 중에 '물가의 기저효과를 물가 안정기 진입으로 오인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물가 둔화 추세는 기저 효과가 아닌 물가안정기로 진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건지
▲(박창현 물가동향팀장) 물가안정기 진입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기저효과의 경우, 2022년 7월 정점을 찍고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1년간 하락했다. 1년간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농산물 가격 높아지면서 다시 반등했다. 기저효과에 의한 것은 전 세계 공통적인 요인이다. 그 이후에 2023년 하반기부터는 주춤하거나 등락하는 상황이다. 기저효과 부분은 상당 부분 없어졌다.
- 물가 관련 통방 결정문과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물가 불확실성이 소폭 줄어들었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전보다 불확실성이 더뎌진 건지
▲(이지호)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난 11월 당시 국제 유가에 대한 불안 심리가 큰 상황이었다. 이러한 부분은 현재 줄어들었다. 다만 물가 흐름은 농산물, 과일 가격 등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 요인이 크다. 소비도 부진해서 이러한 부분이 회복되는가가 아직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진 않다.
- 정부가 오늘 간담회에서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 한은은 물가 둔화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정부가 물가를 관리하게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이지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 조치 등 정부에서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을 완화(smoothing)하는 역할이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 정부는 2.2%로 전망했다. 전망이 기관별로 다른 이유가 궁금하다.
▲(김웅) 평균적으로 보면 2.1~2.2%에 몰려 있다. 전체적인 숫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공통적으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을 수출 호조가 상쇄하면서 올라간다는 점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더라도 모두 같은 시각으로 보고 있다.
- 전기차나 이차전지는 글로벌 공급 과잉 이슈가 있음에도 왜 투자가 늘어날 거라 전망했는지 궁금하다.
▲(윤용준 국제무역팀장) 배터리 등은 글로벌 공급 과잉 이슈가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석유제품 등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공급 과잉 이슈가 있다. 그런데도 수요는 꾸준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에도 미국 시장에서 아직 호조를 보인다. 산업적으로 봤을 때 수출 품목들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 물가 하락 속도가 빨라진 건가 또는 둔화 추세에 대한 확신이 더 커진 건가.
▲(이지호) 그간 움직임을 보면 과거에 비해선 물가 둔화 추세에 대한 확신이 강해졌다. 물가 하락 속도는 기저효과 등 처음엔 빠를 수밖에 없다. 다만 2%에 가까워질수록 물가가 완만하게 내리지 않을 수 있단 것을 강조한다.
-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반기와 하반기 격차가 크다.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했는데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건지.
▲ (이지호)(하반기에) 소비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파른 속도는 아니다. 소비 부진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 요인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해 왔다. 일본도 소비가 좋지 않다. 지난 3, 4분기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 보였다.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를 볼 때 미국과 나머지 국가가 모두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경기가 부진해졌고 최근 주가도 반등을 했으나 다른 시장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았다. 5월 전망 때는 당초 봤던 것보다 물가가 안정되고, 소비가 오르게 됐다고 말씀드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