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원기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이번 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한·미·일 간 북한의 도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21~22일(현지 시간) 개최되는 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달 10일 임명된 조 장관의 첫 다자회의 참석이다. 이번 회의 주제는 지정학적 갈등에 대한 G20의 역할과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조 장관은 우크라이나, 중동,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G20 차원의 단합을 촉구하고 이를 위한 한국의 기여를 설명할 것"이라며 "또 다자개발은행(MDB), 세계무역기구(WHO), 유엔 등 핵심 다자기구들을 계속 강화하고 개혁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에는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요코 일 외무상도 참석한다. 외교부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도 조율 중이다.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공고해진 한·미·일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면서 최근 북한의 잇따른 군사 도발에 강력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논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영방송 후지TV는 지난 14일 기시다 총리가 다음 달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에 맞춰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국 정부는 "현재 추진되는 사항은 없다"고 부인했으나 이번 개막전을 계기로 다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일본과는 북일 관계 개선 상황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지지율 회복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고, 북한도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수상(기시다 총리)이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물론 양국의 핵심 현안인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입장차가 큰 만큼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G20 외교장관 회의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참석할 예정인 만큼 조 장관과 첫 만남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양자 회담이 이뤄지진 않더라도 회의장에서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 장소에 여러 나라 장관들이 있고, 만찬 등도 있기 때문에 만나서 인사 나눌 계기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북핵 개발과 도발의 책임을 미국과 동맹국으로 돌리는 등의 입장을 취하고 있어, 대화가 성사된다면 러북 협력 등이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스페인·프랑스 순방 일정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지난 뮌헨안보회의에 이어 또다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불발됐다. 조 장관과 왕 부장은 지난달 27일 상견례를 겸한 첫 전화 통화에서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시 왕 부장은 조 장관에게 방중을 초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