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Next]준공 지연 아파트 15만6000가구…2년새 7배 폭증했다

준공 시기 못 맞추는 주택 건설 현장 급증
21년 2.3만→22년 7.6만→지난해 15.6만

공사비 인상·재건축 파열음·고금리·PF까지 복합적
입주 물량 감소 예상되나 집값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

#1. '지체보상금 미지급 세대 소송참여단 긴급 모집. 1월29일부터 접수' 지난달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걸려 있던 공고문이다. 지난해 6월 26일, 시공사가 준공이 늦어진다고 통보한 뒤 이 아파트의 입주는 수개월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사는 했으나, 아직도 지체보상금을 받지 못한 가구들은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2. "이번 설은 새집에서 보낼 거라 기대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의 A오피스텔 수분양자들은 지난 8일 수원시청 앞에서 총집회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후 이들은 삭발식을 했다. 지난달 31일이 입주 예정일이었음에도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시공사가 공사 기간을 맞추려고 무리하게 작업하다 부실시공 논란이 벌어지면서 갈등이 커졌다.

원자재와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비 인상과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파열음,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 탓에 준공 시기를 못 맞추는 주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IBK투자증권의 조정현 혁신기업분석부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의 주택 준공 지연물량은 15만6000가구로 추정됐다. 부동산 매매가격이 꼭짓점을 찍었던 2021년 12월(2만3000가구)보다 7배가량 늘어났다.

준공 늦어지면 건설사 유동성 위험 커져

조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주택 공사 기간은 최소 26개월에서 최대 48개월 정도"라며 "착공 후 공사 기간이 이 평균 기간을 넘긴 경우를 준공 지연 물량으로 잡았다"고 했다. 준공 지연 주택은 초저금리 시기였던 2019년 말에는 6000가구 정도였다. 이 숫자가 갑자기 늘기 시작한 것은 2022년 말(7만6000가구)부터였고, 지난해에는 15만가구를 넘기며 정점을 찍었다.

지방의 준공 지연 상황은 수도권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기준 지방의 준공 지연율(준공 전망 대비 미준공 가구 비율)은 31.8%였다. 2021년 말(6.5%), 2022년 말(11.4%)과 비교하면 그 비율이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준공 지연율도 3.5%→15.5%→23.2%로 상승했다. 지방과 비교해서 덜 한 것일 뿐 가파르게 오른 모습은 비슷하다.

조 연구원은 "책임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한 시공사들은 페널티로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위험에 노출됐고, 우발채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채무 인수는 PF 사업에 투입된 대주단의 원리금을 시행사 대신, 시공사가 갚아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또 "입주민들에게는 지체보상금도 지급해야 해 유동성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법에 따르면 입주자 모집 공고에 있는 입주 예정일을 맞추지 못하면 건설사는 입주금에 연체 이자율을 적용한 배상금을 줘야 한다. 연체 이자율은 연평균 5%다.

올해 공사비 더 오를 것

공사비 상승과 정비 사업장의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준공 지연 사업장은 크게 늘었다. 김지혜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멘트와 레미콘은 2022년에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고, 지난해에도 최대 1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2015년 100 기준)는 2019년 12월 121.8에서 지난해 12월 153.26으로 3년 사이 25.8%나 치솟았다.

지난해 건설업 종사자의 일 평균임금(26만5516원)도 전년(24만8819원) 대비 7%가량 인상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건설 기능인력 부족으로 인력 수급이 불안정해져서 공사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이로 인해 공사가 지연돼 현장 유지비와 금융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일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잡음도 끊이지 않는다. 공사비 미지급 탓에 지난달 1일부터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이 대표적이다. 분쟁 현장에서는 공사비 증가에 따른 원인을 따지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하는데, 이 건수가 지난해 30건으로 급증했다. 2019년만 해도 3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설계도와 시방서 내용이 부실해 부동산원조차 사실 확인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공사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 건설업계 설명이다.

시행사나 시공사가 자금난에 빠지면 공사가 돌연 멈추기도 한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고 금리까지 올라 PF 이자를 못 내면서 착공 후 공사가 중단되는 곳들이 지방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경남 함안의 첫 지역주택조합 정비사업이었던 '함안 남명 더라우'는 본 PF 전환해 실패해 2021년 11월, 1층 골조를 설치하던 중 공사가 멈췄다. 시공사인 남명건설은 공사 대금 회수에 실패해 지난달 부도 처리됐다.

올해는 공사비 추가 인상 요인도 있어 준공 지연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올해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의 '제로 에너지 건축' 의무화가 시작된다"며 "층간 소음 기준 강화,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 내용이 들어가서 공사비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주 물량 줄겠지만…침체 탓에 가격 영향 제한적

5일 서울 용산구에서 바라본 아파트.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아파트 준공이 늦어지면 입주 물량이 줄어들게 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을 1만1422가구로 예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급 부동산 불황이 닥쳤던 2012년(2만336가구)과 비교해도 1만가구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합친 수도권 입주는 총 15만628가구로 예상했다. 지난 5년 평균(18만7859가구) 대비 21.1% 줄어든 수준이다.

이렇게 입주 물량이 쪼그라들면 전셋값이 먼저 상승하고, 시차를 두고 매매가격이 뛰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준공 지연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2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주요 지역을 보면 전세가는 서울 0.07%, 인천 0.08%, 경기 0.02% 상승했다. 같은 순서로 매매가는 서울 0.05%, 인천 0.05%, 경기 0.08% 하락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준공 지연은 전세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 부분 전셋값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면 매매가는 당분간 하락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입주 물량 감소는 매매 가격 하락 폭을 줄이는 역할에서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건설부동산부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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