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주상돈기자
여전히 소고기 소매가격 내림세가 도매가격 하락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도매가격 하락에 따른 한우농가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우선 소비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대대적인 할인 지원 등을 추진함에 따라 소매가격은 1년 전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평년 수준과 비교해보면 도매가격 하락 폭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유통비용 등 구조적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1월 평균 소고기 도매가격은 1㎏당 1만6315원으로 전년 동기(1만5904원) 대비 2.6% 올랐다. 같은 기간 등심(1등급) 100g 소매가격은 9622원으로 1.2% 하락했다.
최근 1년 새 가격 추이만 보면 도매가격은 오르고 소매가격은 내렸지만, 범위를 넓혀보면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평년(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할 경우, 소고기 도매가격은 1만9037원에서 1만6315원으로 14.3% 하락했지만, 등심 소매가격의 경우 9712원에서 9622원으로 0.9% 내리는 데 그쳤다. 도매가격 하락에 한우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고, 소비자들은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도 지난 5일 축산물 수급 상황을 점검하며 "최근 설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한우 도매가격이 1월 중순 이후 크게 하락하는 등 한우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월 도매가격은 1만5904원으로 평년보다는 16.5%, 전년보다는 20.4% 하락했다. 반면 소매가격(등심)은 전년 대비 12.9% 내리는 데 그쳤고, 평년 대비로는 되레 4.5% 올랐다.
농식품부는 직간접 유통비용을 포함한 소매가격 구조상 도매가격이 하락한 만큼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난해 2월 '한우 수급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축산물 납품가격 신고제' 도입을 추진했다. 도매업자와 가공업체(식육포장처리업자) 등에 대해 가축 또는 부분육을 납품받은 가격과 이들이 포장육을 납품하는 가격 등을 보고하는 것이 골자다.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과정에서 "납품가격 공개는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에 따라 가공업체가 농가에서 한우를 구매하는 가격, 즉 매입가격만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물 유통 및 가축거래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농식품부가 지난해 9월 발의했다. 거래가격 공개 범위가 납품가격에서 농가 매입가격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5월29일 종료되면 자동폐기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는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며 "가공업체가 농가에서 한우를 매입하는 가격이 공개되면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축산물 유통 및 가축 거래 체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