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산을 깎아라, 국회의원 월급은 안깎인다[뉴스설참]

②국회의원 세비 삭감, 실현 가능성 있나
의원들, 연봉안 매년 '셀프 인상'
세비 감축하려면 '자진 삭감'해야…가능성 낮아
美는 경제위기·日은 코로나 때 세비 감축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쏘아 올린 '국회의원 세비 삭감' 제안.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기존에도 국회의원의 연봉 개념인 세비(歲費) 감축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국회 본회의에서 연봉안을 통과시키는 사실상 '셀프 인상 구조'이기 때문에 의원들은 '제 살 깎아 먹기'를 자처하지 않는다.

올해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1.7% 오른 1억5690만원으로 확정됐다. 국회의원 연봉은 ▲수당(일반수당, 관리업무수당) ▲상여금(정근수당, 명절휴가비) ▲경비(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올해 기준 국회의원의 일반 수당은 월 707만9900원으로 지난해보다 2.5% 늘었고, 관리업무수당도 63만7190원으로 1만5000원가량 인상됐다. 상여금으로는 정근수당 707만9000원과 명절휴가비(설, 추석) 849만5880원을 지급받는다. 여기에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과 특별활동비 78만4000원 등이 경비로 추가 지급된다.

한 위원장의 주장대로 의원 연봉이 기준 중위소득 수준이 되려면 연 8814만원(월 735만원)을 덜 받아야 한다. 올해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573만원으로, 연봉으로 따지면 6876만원이다. 연봉을 절반 이상 삭감하는 셈이다. 국회법에 명시된 의원정수 300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돈은 1년에 264억원가량 줄어든다.

◆ 구속돼도, 일 안해도 세비 받는다?…'셀프 인상' 구조

우리나라 국회의원 세비는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미국 하원 의원의 연봉은 17만4000만달러(한화 2억3185만원)다. 영국 하원 의원은 8만6584파운드(한화 1억4550만원), 독일 하원 의원은 18만7712유로(월액+면세수당, 한화 2억6948만원)를 받는다. 일본 참의원의 경우 연봉으로 2172만8000엔을 받는다. '국회의원의 세비, 여비 및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월 129만4000엔에 기말 수당으로 연 620만엔이 추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이외에 비과세인 조사연구홍보체재비 월 100만엔, 입법사무비 월 64만엔이 지원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모두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이다.

다만 다른 국가들은 경제가 어려울 때 의원 세비를 자진 삭감한다. 미국 의회는 2009년 경제 위기 고통 분담 차원에서 동결안을 통과시킨 이후 지금까지 15년째 유지하고 있다. 일본 의회의 경우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로 2021~2022년 의원 세비를 20% 깎았다.

반면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 세비는 꾸준히 오른다. 국회 내 민생법안이 산적해 있는데 의원들이 '셀프 연봉 인상안'에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지난해 연봉은 1억5300만원가량으로 동결됐지만, 올해는 1.7% 올랐다. 9년 전인 2015년(연봉 1억4736만9920원)과 비교하면 6.5% 오른 금액이다. 같은 기간 중위소득이 약 36%(422만원→573만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인상폭이 낮아보일 수 있지만, 연 4200만원 수준인 직장인 평균 연봉의 4배에 가까운 억대 연봉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인상폭만을 비교할수는 없다.

국회의원 특권·특혜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의원들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불신론도 팽배하다. 국회의원은 소속 위원회 회의에 출석하지 않아도, 특히 재판을 진행하며 의정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도 세비를 받는다.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혐의로 구속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재판 때문에 의정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수당을 받았다. 연봉 외에도 각 의원실에는 매달 차량 유지비와 유류비로 150만원 정도가 지급되며, KTX와 항공료, 선박 이용료도 전액 지원받을 수 있다. 연간 5억원이 넘는 9명의 보좌진 인건비는 별도로 받는다.

◆ 세비 삭감 이번에도 공염불?…총선에선 '유죄 판결 시 세비 반납안' 제안 나와
따옴표<i>"세비 절반 삭감하자"(2016년 노회찬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i><i>"세비 30% 삭감해 코로나19 고통 나누자"(2020년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i><i>"국회 불출석 의원 세비 삭감"(2020년 더불어민주당 총선 공약)</i><i>"세비 삭감 총선 후보자 동의"(2020년 김형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장)</i>

국회의원 세비 삭감 제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이번에도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의원 세비 삭감안이 매 선거 단골 이슈로 나오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어서다. 국회의원 세비를 현행보다 절반 이상 깎으려면 의원들의 자진 동의를 얻어 감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김형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관리위원장이 세비 삭감 등을 총선 후보자들에게 동의받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 위원장은 "의원 세비 삭감은 제 개인 생각"이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번 총선에도 세비 관련 약속이 여럿 나왔다. 한 위원장은 정치 개혁안으로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재판 기간 중 세비 반납을 제안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는 국회의원이 중대 범죄로 구속될 경우 세비 지급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제안 모두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로 범위를 한정해 전체 국회의원에 대한 세비 삭감안보다 수용 가능성은 높다.

이슈1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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