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라면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하는데 기여한 주요 라면 기업들이 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기본급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성과급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라면판매대[이미지출처=연합뉴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연말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의 170%에 달하는 금액을 지급했다. 이는 기본급의 130%를 책정했던 전년 대비 40%포인트 인상된 것으로 사업부나 직급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외 시장에서 매출 성과를 낸 라면을 비롯해 '먹태깡' 등 인기 제품의 판매 실적이 좋았던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해 연간 매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전년 대비 9.34% 증가한 3조4215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298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04.87% 오른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주력 제품 '신라면'의 지난해 국내외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성장한 1조21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법인과 수출을 통해 거둔 매출이 7100억원으로 전체의 약 60%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미국 법인의 신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해 신라면 해외 매출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2022년 5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2공장을 통해 공급량을 확대하고 코스트코와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성장한 효과다. 일본과 호주, 베트남 법인의 신라면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19%와 26%, 58% 상승했다.
오뚜기도 지난해 연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급 지급을 마쳤다. 오뚜기의 지난해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11.40% 오른 3조5463억원, 영업이익은 34.71% 상승한 2501억원으로 전망된다. 오뚜기는 라면뿐 아니라 소스류와 냉동식품 등 다양한 품목을 다루고, 경쟁사에 비해 내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성과급은 매년 연말께 실적에 연동해 지급하고 있다"면서 "사업부와 직급 등에 따라 차등을 두지만 최소 기본급의 100%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이 밖에 삼양식품도 이날부로 직원들에게 지난해 몫의 성과급 입금을 마쳤다. 삼양식품이 이날 잠정 집계해 공시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1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2% 상승한 1468억원이다.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등 인기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법인과 국내 밀양공장에서 해외 매출을 대폭 확대했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3분기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고, 4분기에는 중국 최대 쇼핑 축제에서 13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에서는 월마트와 코스트코에 입점을 완료하고 주류 채널 진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3년 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성과급 지급 규모를 사업부나 직급별로 차등하고, 구체적인 액수도 본인만 알 수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방식도 해마다 상황에 맞게 변경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라면 수출액은 9억5240만달러(약 1조2757억원)로 전년 대비 24.4%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