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정인턴
"주연은 이젠 억소리가 아니라 회당 10억 소리가 현실이고, 이젠 어떠한 자구책을 찾아야만 할 때가 왔다."
"일부 스타 연기자들이 계약 시 방송이 나갈 플랫폼을 미리 한정하고, 현장에서 대본을 바꾸는 것도 비일비재하며, 감독을 교체하는 등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제작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올라 이를 제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출연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협회 사무실에서 드라마 산업의 위기와 해결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최근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방송사 관계자 A씨는 주연급 회당 10억을 얘기하면서 "수없이 많은 일을 하면서 여러 협상의 과정에서 늘 생기는 문제가 연기자 출연료"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사들은 그나마 드라마 편성이 용이하게 담보되는 연기자들의 요구에 맞춰 회당 수억 원을 지불해가며 제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면서 "이는 또다시 제작비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급 연예인의 불합리한 요구를 지적한 제작사 대표 B씨는 "최근 작품을 준비하며 배우 캐스팅을 진행했다. 그런데 각각 회당 출연료를 4억원, 6억5000만원, 7억원을 불렀다"라며 "요즘 출연료 지급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는 언론이나 기사들에서 보는 수치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배우 출연료가 총 제작비의 40%를 넘길 수 없고, 출연료 중 주연급의 출연료는 70%를 넘길 수 없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역시 합리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출연료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출연료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제작 편수와 상관없이 기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과 회당 출연료를 회차로 지급하는 것이 아닌, 총 촬영 일수나 촬영 시간 등으로 지급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 밖에도 몸값이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남은 비용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 경쟁력이 떨어지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제작사 대표 C씨는 "지금 만들고 있는 작품은 2년간의 오디션을 통해 훌륭한 연기자를 찾아내고 기용했으나 시사회 후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단지 스타 배우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마케팅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매 가격을 터무니없이 낮추고 있다"라며 현실의 벽을 지적했다. 회상 수억 원에 이르는 스타 배우들의 인기에만 편승하지 말고, 검증된 연기자를 과감하게 기용해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보다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방송사의 상황 악화로 인해 제작을 마치고도 표류하고 있는 작품이 20편 가까이 된다. 이에 약 3000억원 정도가 잠겨있다고 하는데, 이는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시급하게 정부 유관기관이 나서서 해소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