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지원만이 저출생 해법? 근본 해결은 '먼 산'

현금 주면 무조건 애 낳나요?
현금지원·돌봄체계확립…둘 다 해야 문제 해결
여전히 현금 지원에 치중된 정책…인프라도 중요

인천 1억120만원, 충북 8300만원. 올해 출산한 가정이 받을 수 있는 출산·양육지원금(중앙정부+지방정부 합산)이다. 정부는 출산과 양육으로 손실되는 가계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적극적인 출산·육아 수당 제도를 마련해왔다. 하지만 출산율이 나날이 추락하면서 현금성 출산·육아 지원책의 출산율 제고 효과에 물음표가 생기고 있다. 통계청이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에서 추산한 2023년 합계출산율은 0.68명. '14세기 흑사병 수준'이란 비유(지난달 미 뉴욕타임스)까지 나왔던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보다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현금성 출산·육아 지원책만으로는 효과를 단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가 양육 부담을 함께 짊어지는 돌봄 시스템이 확립돼야 현금성 지원책의 효과 역시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출산·양육 정책은 '현금 지원'과 '돌봄 지원'의 두 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기존의 현금성 지원이 효과가 없다는 회의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현금성 지원을 통해 금전적 도움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커리어에 있어 개인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파격적인 양육수당의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파격적인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홍보해온 충북의 경우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들에게 사회가 함께 양육 부담을 짊어지겠다는 메시지가 전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 출생신고는 전년 대비 1.5% 증가해 시도별 증감률 순위 1위에 올랐다. 충북을 제외한 16개 시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출생신고가 감소했다. 충북도는 이를 출산·양육수당 지급을 본격화한 결과로 보고, 다자녀 가정 지원, 출산·양육 지원을 위한 무이자 대출 등 보다 적극적인 저출산 대책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시민들 역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가정 양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실시해 조사한 '저출산 인식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79세 시민 1200명(95% 신뢰수준, ±2.8%P) 중 25.3%가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해결 방안으로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일·육아 병행제도 확대'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돌봄, 의료서비스 등 사회 인프라 구축(18.2%)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여전히 현금성 지원책에만 치중돼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육아정책연구소의 '2022 지방자치단체 출산 지원정책 사례집'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지자체의 출산 지원사업 예산은 1조80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사업이 69.4%(7496억8000만원)를 차지했다. 인프라 사업 비중은 6.6%(711억76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 기준 정책 사례집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현금성 지원 확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도 올해 출생아부터 부모급여 지원금을 기존 '0세 월 70만원·1세 월 35만원'에서 '0세 월 100만원, 1세 월 50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공동체의 붕괴를 말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인프라 구축, 사회적 인식 변화 등 장기적인 대책과 더불어 (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단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금을 준다고 해서 당장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보긴 어렵다. 사회 환경 변화, 기업 문화, 아이를 믿고 맡기는 돌봄시스템 구축, 사교육비 경감, 집값 문제 해결 등 다각도의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슈1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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