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침수사고로 숨진 남매…法 '서초구가 16억 배상해야'

지난해 집중호우 당시 뚜껑 열린 맨홀에 빠져 숨진 남매
서초구 관리 책임 인정…"천재지변 때문으로 단정 못해"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당시 서울 서초구 맨홀에 빠져 숨진 남매의 유족에게 서초구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지난해 폭우 피해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남매 A·B씨의 유족이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총 16억4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책정한 배상금액 16억원은 남매의 장례비, 일실수입(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던 기대 수입), 위자료 등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A씨와 B씨는 작년 8월 8일 폭우가 쏟아지던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도로를 건너다가 뚜껑이 열려있던 맨홀에 빠져 숨졌다. 이들은 차를 타고 가던 도중에 폭우로 차의 시동이 꺼지자 내려서 대피해 있다가, 비가 잦아든 후 이동하며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매 중 누나 A씨는 사망 당시 만 49세로 65세까지 보통 인부로 일했을 경우 약 3억10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봐 이에 대한 80%인 약 2억5000만원이 일실수입으로 인정됐다. 사망 당시 만 46세였던 남동생 B씨의 경우 회계법인에 다니면서 받은 월급 약 1200만원을 기준으로 만 65세까지 일했을 경우 약 12억3000만원을 벌 수 있었다고 봤고, 이에 대한 80%인 약 9억9000만원을 일실수입으로 판단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19 특수구조대원 등이 폭우로 휩쓸린 실종자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는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사고 장소 일대가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 등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됐고, 하수도에서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고 짚었다.

서초구 측은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맨홀 뚜껑이 예상치 못한 폭우 때문에 열렸다고 해도 뚜껑이 열린 채로 방치된 데에는 서초구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에 비가 더 적게 내렸을 때도 맨홀 뚜껑이 열렸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망인들은 사고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며 A씨와 B씨의 과실을 20%로 판단해 배상액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수도권에는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 시내 지하철역과 주택·도로가 순식간에 침수돼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잇따랐다. 해당 폭우로 사망한 이는 총 14명이고, 실종자 또한 2명에 달한다.

이슈2팀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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