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김현정특파원
중국이 프로필렌, 염화비닐 등 대만산 12개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기로 했다.
21일 중국 중앙TV(CCTV)에 따르면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전날 프로필렌, 부타디엔, 이소프렌, 파라자일렌, 염화비닐, 도데실벤젠 등 대만산 12개의 화학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고, 현행 규정에 다른 세율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발효일은 내년 1월 1일부터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체결된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따라 2013년 1월부터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적용해왔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번 조치는 대만이 중국 본토 제품 수입에 대해 일방적으로 차별적 조처를 한 데 따른 것"이라며 "대만이 무역 규제 철회 등 효과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15일 "대만의 중국산 제품 수입 규제가 '무역 장벽'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중국산 2000여 품목에 대한 대만의 수입 금지 조치가 무역 장벽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검토한 8개월간의 조사 결과인 셈이다.
상무부는 10월 12일까지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가 "사건 상황이 복잡하다"며 마감 시한을 대만 총통 선거(대선)일 하루 전인 내년 1월 12일까지 연장했으나, 이를 지난 15일 발표했었다. 조사 결과 본토 제품 가운데 대만에 수출할 수 없는 품목은 2509개에 달하며, 그 중 1423개 품목은 대만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수입 금지 조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품 종류별로는 쌀, 밀가루, 기름, 신선과일, 야채, 유제품, 계란 등 1077개의 농산물과 에어컨, 냉장고 등 1432개의 공산품이 포함됐다.
상무부는 지난 20년간 양안 무역이 '심각한 불균형'을 겪었으며, 본토의 무역 적자는 2002년 315억달러(약 41조1043억원)에서 지난해 1565억달러로 397% 급증했다고 밝혔다. 베이징 세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양안 무역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3% 급감한 2445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본토는 대만으로부터 1820억달러어치를 수입해 지난해보다 16.9% 감소했고, 수출 역시 625억달러로 17.1% 줄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국의 조처가 1월 13일 예정된 대만 총통 선거를 고려한 압박 카드라고 보고 있다. 대만 당국은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 장벽 결과 발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메커니즘과 규범을 위반했고,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수용할 수 없으며 중국은 즉각 정치적 조작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 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도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