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빚 줄고, 저소득자 빚 늘고…'대출도 양극화'[고금리의 그늘]②

'가계부채의 현황과 위험도 점검' 보고서
고소득·고신용자 투자용 대출 줄여
저소득·저신용자는 생계형 대출 늘려

21일 서울 한 시중은행에 개인 신용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금리 인상이 전과 후로 대출자들의 특징은 뚜렷하게 나뉜다. 인상 전에는 고신용·고소득자의 투자용으로 돈을 많이 빌렸다. 이자가 오르면서 돈 빌리는 사람들은 줄었다. 대신 소득수준이나 신용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의 대출 비중이 과거보다 늘어났다.

20일 한국금융학회의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부문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추세가 보인다. 신규 대출자수는 2019년 183만명→2020년 192만명→2021년 227만명으로 많이 증가했다. 그러다가 이자가 급격하게 올랐던 2022년에는 158만명으로 감소했다.

가계부채가 무섭게 치솟았던 2019~2021년에는 고신용자들이 대출을 늘렸다. 신규차주의 신용점수 분포를 보면 900점 이상은 2019년 말 36.2%였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가 오르기 직전이었던 2021년 7월에 39.9%까지 늘어났다. 전(全) 신용점수 구간 중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었다.

이자가 껑충 뛴 2022년 12월 말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고신용자 비중은 35.4%까지 뚝 떨어졌다. 반면 상대적인 저신용자(800~900점 미만 ·700~800점 미만) 비중은 2019~2021년까지 하락하다가 2022년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윤수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를 기반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서 고액 대출을 많이 했던 고신용자이 돈을 갚았고, 투자성 대출이 줄어들었다"며 "반면 금리가 높아도 생계형 대출이 필요한 저신용·저소득자의 경우 대출 비중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한 해 소득에서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말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봐도 금리 인상기 전후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다. 2021년 8월(기준금리 0.75%) 대비 올해 1월(기준금리 3.50%)을 비교해 본 결과, 소득이 낮은 1~3분위 차주의 경우 10명 중 3명 이상의 DSR이 5%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소득이 높은 4~5분위 차주 중에서 DSR 5%포인트 증가한 건 10명 중 2명에 그쳤다.

이 교수는 "소득 수준이 떨어지는 차주는 금리가 올라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DSR이 높아졌다"며 "원금은 얼마 못 갚은 상태에서 이자 비용이 올라간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가계부채 수준이 높아지고 이자율이 오를수록 가계소비를 위축시킨다"고 진단했다.

경제금융부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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