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기자
최근 60달러선까지 밀렸던 국제유가가 예멘 후티반군의 홍해 선박공격 소식에 다시 70달러선으로 올라섰다.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소식과 홍해 안보위기 이슈가 함께 작용하면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중동의 정정불안이 지속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교전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공급위기가 부각되며 국제유가는 더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대비 1.44% 상승한 배럴당 72.46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거래소의 북해산 브랜트유는 전날보다 1.83% 오른 배럴당 77.9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중동의 주요 석유 운송로인 홍해 지역에서 노르웨이 국적 선박이 예멘 후티반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에 일제히 상승했다. 후티반군은 홍해에서 아덴만으로 나가는 길목이자 전세계 물동량의 15%가 움직이는 주요 해상운송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서 유조선과 상선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이달에만 10차례 이상 무역선들이 공격을 받았다. 홍해 무역로가 위협받아 공급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반등한 것이다.
이에따라 지난 12일 68달러선까지 밀려났던 WTI가격은 70달러선으로 다시 반등했다. 앞서 WTI가격 미국 셰일오일 증산소식에 지난 7일 69달러선으로 밀린 이후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 계속되는 유가 하락에 지난달 말 산유국 협의체인 OPEC+에서 일일 220만배럴 추가 감산 발표까지 했음에도 하락세가 이어져왔다.
앞서 전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단기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4분기 미국 내 석유생산량은 일평균 1326만배럴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 EIA가 예상한 미국의 2023년 4분기 원유생산량인 1251만배럴보다 70만배럴 이상 많은 양이다.
특히 미국의 비상장 중소형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빠른 속도로 늘리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예상을 크게 웃돌아 국제유가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이 집계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이 생산을 늘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 10개사 중 7개사는 비상장사로 나타났다. 뮤본오일, 엔데버 에너지리소시스 등 중소 비상장 셰일오일업체들의 증산량은 미국 최대 에너지 업체인 엑손모빌의 증산량을 능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처럼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이 전체 국제유가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홍해의 안보불안 위기가 겹치면서 유가는 한동안 더욱 불안정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교전이 더욱 장기화되고 후티반군의 홍해 무역로 차단이 계속 이어지면 석유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추가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서비스업체 스톤X의 파와드 라자크자다 애널리스트는 주요외신에 "오늘의 랠리와 지난주의 긍정적인 움직임을 고려하면 유가가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