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험지 출마론' 띄운 하태경 종로 출마에 뒷말

하태경 "종로 깃발 들고 수도권 승리 견인차"
"하태경 종로 가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내년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던 3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같은 당 현역 의원이 있는 종로를 선택하면서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 의원의 종로 출마는 '험지 출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정치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며 서울 험지 출마의 소신을 밝힌 데 이어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로에서 힘차게 깃발을 들고, 우리 당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며 "부산의 3선 국회의원이 서울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오직 한 가지, 우리 국민의힘이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종로 출마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종로를 두고 험지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가 다선자에게 험지 출마를 요청한다는 것은 다선자의 역량과 경륜으로서 우리가 잃었던 실질을 회복해 달라는 것"이라며 "실질을 회복해서 플러스 1, 저쪽은 마이너스 1이 되게 험지 출마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행하는데 여기 이렇게 종로를 가시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돼버린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의 종로 출마 선언이 당내 갈등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같은 라디오에서 "(최 의원은) 지난 대선에 영입 케이스로 당에 들어온 분이고 이분이 불출마를 하거나 내지는 출마가 어렵다거나 공천받기 어렵다, 이런 게 지금 공론화돼 있는 상황이 아닌데 거기에 출마 선언을 해서 당내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어 "또 하나는 정치 1번지라는 종로 지역구의 특성상 당이 전략적 활용 카드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을 텐데 종로에 누구를 배치하느냐, 어떤 구도를 만드느냐. 갑자기 하 의원이 거기 현역도 있는데 손들고 나가가지고 약간 당에서도 좀 당혹스러운 이런 상황"이라며 "종로는 험지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게 스윙보터 지역구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길 가능성도 상당히 있는 지역인데 여러 가지를 두루 살피기보다는 좀 서두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원회의 '중진 불출마 및 험지 출마' 제안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 속 험지 출마에 앞장섰던 하 의원이 종로 출마를 선언하면서 혁신위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하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하면서 험지 출마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하 의원이 종로 출마를 선택하며 험지 출마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다만 하 의원은 '종로는 험지'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하 의원은 지난달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근에 보면 원희룡, 한동훈 출마설도 나왔었는데 그때는 종로가 험지라는데 당내에서 이견이 아무도 없었다"며 "그러니까 원희룡, 한동훈 출마설 나올 때는 종로는 험지고 하태경 나오면 험지가 아닌 거냐"라며 "이건 좀 이상한 논리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로에서) 이낙연, 정세균 해서 한 세 번 연달아 졌다"며 "근데 지금 착시가 좀 있다. 왜냐하면 최재형 의원이 있기 때문인데, (최 의원은) 보궐선거 때 민주당 후보가 안 나와서 손쉽게 (당선됐다)"고 말했다.

이슈1팀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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