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전면 폐기' 트럼프, 바이든 에너지정책 대수술 예고

전기차 세제 혜택·보조금 없애고
화석연료 규제 철폐·투자 확대 예고
美 투자 늘린 韓 기업 피해 예상
IRA 투자 효과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집중
"트럼프, IRA 전면 폐기 힘들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바이드노믹스(조 바이든 + 이코노믹스)'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전면 폐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시 IRA 세제·보조금 혜택을 기대하고 투자를 대거 늘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2기 집권에 성공하면 미국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3690억달러(약 480조원) 규모의 세제·보조금 혜택이 담긴 IRA를 즉시 수술대에 올릴 방침이다.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와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전기차 전환을 위한 보조금 지급을 철회하는 내용이 새 에너지 정책의 골자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캠프 고위 관계자는 "화석연료 생산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IRA와 관련한) 가격표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됐다. 우리는 대규모 지출 삼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도입된 IRA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대규모 세제·보조금 혜택을 지원하는 법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지원법(CSA)과 함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꼽는 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가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세금 인상"이라며 반대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미국의 에너지 자립, 휘발유 가격 상승을 꾀한 자신의 정책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선거 캠페인 영상을 통해 "미국 에너지는 풍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취약하고, 열악하며 비싸다"면서 "풍력 발전 터빈은 녹슬고, 부식하며 새들을 죽인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놓고 두 전직 대통령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면서 향후 정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탄소중립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 2기 공약집'의 초안 격인 미 우파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프로젝트 2025' 보고서에는 탈탄소 산업에 4000억달러(약 520조원)를 지원하는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을 포함해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기구들을 대거 해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을 비롯해 IRA 혜택을 노리고 미 투자를 앞다퉈 확대해 온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최근 2021년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IRA, CSA 법제화 등에 힘입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000억달러(약 260조원)의 대미 투자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기업의 투자 규모가 전체 아태지역 투자의 4분의 1을 넘는 최소 555억달러(약 72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인들의 표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기울고 있어 IRA 세제·보조금 혜택이 폐지되거나 대거 축소될 가능성은 상당하다. 에머슨대가 전날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자 가상대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3%)에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도 IRA를 전면 폐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IRA로 인한 투자·고용 효과가 공화당 우세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IRA 폐기를 위한 의회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 장관을 역임했던 댄 브루예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성공시) 일부 환경운동가들이 두려워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온건하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며 "차기 공화당 대통령은 IRA의 긍정적인 부분이 유지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RA에는 원전 개발을 지속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담겼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과 완전히 일치하며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제1팀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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