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실적 올 4분기 '턴어라운드'…내년은 '글쎄'

현대차, 4분기에도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순위 1위에 오를 듯
반도체 부문 회복에 삼성전자 영업이익 3조4842억원 전망
3분기까지 부진으로 '상저하고' 경기 전망 결국 공염불로 판명
글로벌 침체 우려로 내년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 가능성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올해 4분기에는 실적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와 반등에 성공할 전망이다. 4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3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기아 등이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극심한 적자에 시달린 삼성전자도 4분기에는 반도체 부문 회복에 힘입어 3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반등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지에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실적 추정 기관 3곳 이상인 상장사 268개를 대상으로 취합한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3조56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조4404억원) 대비 약 3배(증가율 198.2%)로 늘어난 규모다.

4분기 실적 반등의 핵심 포인트는 반도체다. 지난 1, 2분기 6000억원대로 부진했던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3분기 2조4334억원으로 회복한 데 이어, 이번 4분기에 3조484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1분기에는 4조원대 후반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메모리 시황 개선에 따른 반도체 부문의 가파른 실적 개선에 힘입어 삼성전자 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소한 내년 2분기까지는 메모리 가격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PC·스마트폰 등의 전방 수요 상황은 올해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역대급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차는 4분기에도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3조84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체 상장사 중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아는 3조129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고금리 기조로 올해 역대급 호황기를 누린 KB금융(2조577억원), 신한지주(1조8280억원) 등도 영업이익 상위권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4분기 반등에도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상장사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약 14.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연중 내내 이어진 대외 불확실성에 더해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이 크게 악화한 탓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유가증권시장 결산 상장기업(연결 613개사)의 영업이익은 94조6982억원(이하 누적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동기(152조6891억원) 대비 약 38% 감소했다. 코스닥시장(연결 1112개사)도 영업이익이 지난해(12조8237억원)보다 약 34% 줄어든 8조5146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적 반등 시기가 늦춰지면서 '상저하고'가 될 것이라던 연초의 경기 전망도 결과적으로 틀린 셈이 됐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현대차는 15조3733억원에 이르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전체 상장사 1위에 등극할 전망이다. 이어 기아차가 12조946억원으로 2위, 삼성전자는 7조2249억원으로 3위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금융 부문의 큰 변동이 없다면 4분기 현대차의 실적 가시성은 높다고 판단한다"며 "연간 8~9%의 영업이익률 달성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동차 수요 둔화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인센티브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원재료비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2024년에는 이익의 질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4분기의 반등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저하 우려와 함께 글로벌 경기 침체 불안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가 내년 1분기 실적 추정기관 3곳 이상인 상장사 105개를 대상으로 취합한 영업이익은 34조742억원으로, 올해 1분기(16조) 대비 113%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1분기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이긴 하지만, 4분기 실적 반등세에 비해서는 증가폭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극도로 부진했던 올해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7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증가폭은 약 90%로 더욱 줄어든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은 "미국의 경제 선방은 긍정적이나 글로벌 침체 및 금융 불안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 등 주요국 경제성장 저하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끈적이는 물가와 긴축 여파로 1%대에 머무는 선진국과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 속에 신용위험까지 확대되면 추가 위축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재고 감축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가계부채 등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저성장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코로나19 쇼크 이후 글로벌 경기 단기 사이클은 일단락됐지만, 세계 경제는 신냉전·공급망 분절화 우려 등에 기인한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중반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한국도 일자리 상황이 악화하고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등 금리 인하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라며 "수출은 최근 회복세에 있지만, 글로벌 여건이 좋지 않아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증권자본시장부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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