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여야가 22대 총선이 5개월 앞두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대 쟁점인 비례대표제 개편안을 놓고 국민의힘은 현행 준연동형에서 '권역별 병립형'으로 복귀하는 방안을, 야당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대신 부작용으로 지목된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법을 따로 만들자며 맞서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21일 법안심사 2소위원회를 열고 내년 총선에서 적용할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 선거제 개편안 심사에 착수했다. 정개특위는 넉 달 만에 재가동되는 것으로, 이날 회의는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절차 등에 대한 법안 심사를 위한 자리였지만, 여야는 회의 초반부터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에서 반드시 위성정당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에서 반대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위성정당 방지법만큼은 최우선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때문에 준연동형 비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위성정당 방지법은 왜 안 된다는 것이냐"고 보탰다.
2소위원장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양당 지도부의 사전 협의와 정개특위 간사 간의 합의를 거쳐 '지역구는 소선거구, 비례대표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하는 안을 각 당 의원총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의총에서 추인받았고 민주당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두 달 반이 넘도록 민주당 당내 조율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합의한 적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지난 9월 검토 단계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동의한 것은 맞지만, 의석수 조정이 필요한 '병립형'까지 합의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김상훈 의원은 소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각 당 의총에 회부해서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양당 원내대표가 협상하도록 합의했다는 것"이라며 '병립형 합의'를 뜻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12월12일)이 3주가량 남은 가운데 민주당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익표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편집인 포럼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배경'을 묻는 말에 "제출된 법안들이 있기 때문에 쟁점사항을 분류하고 필요하다면 의원총회에서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론 추진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면서도 "정개특위에서 먼저 논의하고, 여야 간 협의도 필요하다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6일에도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난 뒤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내년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급적 위성정당이 출현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보다 앞선 15일에는 이탄희 등 민주당 의원 30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