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석기자
5개월여 앞둔 내년 총선을 총지휘할 여야 지도부가 ‘용퇴론’에 직면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희생’을 앞세운 당 혁신위원회로부터 험지 출마 및 불출마 선언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내 비명계(비이재명)가 탈당 압박을 통한 ‘결단’을 각각 요구받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는 내년 총선 불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김기현 1기 지도부’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이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측근들과) 대화하면서 본인 스스로도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는 말씀을 이뤘다"고 소개하며 "충분히 당과 어떤 국가 발전의 측면에서 이젠 검토를 하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울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세비 감면 및 박탈 ▲하위 평가 비율 20% 현역의원 공천 원천 배제 등의 2호 혁신안과 함께 지도부를 포함한 중진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선언이나 험지 출마를 권고 형식으로 요구했다. 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향후 거취에 대한 아직까지 침묵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최고위는 혁신안이 넘어오면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혁신위에서 의결되지 않은 건의안(지도부 등 희생)을 최고위에 주문할 것인지 포인트인데,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의결을 안 한 것은 이유가 있다"며 "이건 다른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2호 혁신안이 9일 최고위에 제출될지는 유동적이다. 실제 인 위원장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시간을 좀 주자"며 "조금 기다려보자"고 했다. 강요된 희생일 경우, 당이나 개개 정치인 모두에 빛을 발할 수 없으니만큼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이 대표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하지만 당 지지율에 따라 당내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이준석 신당 출현 등 제3지대의 출현 가능성 속에서 당 바깥의 구심력이 점점 커지면서,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공개적으로 거론된다. 과거 비명계 의원들은 탈당 등에 대해 손사래를 쳤지만, 현재 가능성을 인정하는 수준으로 태도가 바뀌었다.
국민의힘이 혁신 논의가 힘을 받을 수록, 민주당 역시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험지 출마 결정을 하고 조정식 사무총장과 안민석 의원(이상 5선), 우원식 의원과 정성호 의원(이상 4선) 등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는 항상 좋은 곳 따듯한 아랫목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며 "그래서는 당의 통합을 얘기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민주당의 변화를 주장하면서도 "정치라고 하는 게 100%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지 않냐"며 "(탈당 등) 결단을 할 수 있는 의원들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당대표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고 돈봉투 정당이 되고 코인 논란 의원 감싸며 완전 내로남불 정당이 됐다"며 "당내 도덕성이 약하고 민주성이 약해 민주당의 비전 등이 국민에게 전달이 안 된다"고 개탄했다. 특히 비명계 의원들을 상대로 당원, 유튜버 등이 지역 사무소 앞에서 시위하고 가두방송 등을 나서는 것 등을 지적하며 "역대 민주당 공천 중에 가장 불공정한 공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비명계의 혁신 요구 외에도 민주당은 386등의 용퇴론이란는 혁신과제를 피할 수 없다. 이외에도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기성 정치인들이 총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이 문제 등에 대해 이 대표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이 결단의 과정에서 이 대표 역시 ‘희생’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