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인터넷은행에 가상자산 연계계좌를 둔 고객의 신용대출 연체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투자를 위한 대출도 매해 급증하고 있어 가상자산 관련 건전성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8월 말 기준 가상자산 연계계좌 이용 고객의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은 1.07%(연체액 754억5800만원)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도 같은 시기 연체율 0.58%, 연체액 34억5700만원을 기록했다. 토스뱅크는 가상자산 연계계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중저신용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케이뱅크 가상자산 연계계좌를 보유한 중저신용 고객(KCB 신용점수 하위 50% 이하)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기준 3.25%(490억3100만원)로 고신용자 연체율(0.48%, 264억2700만원) 대비 2.77%포인트(약 7배) 높았다. 카카오뱅크 역시 중저신용 고객 연체율(1.67%, 18억4100만원)이 고신용자 연체율(0.34%, 16억1500만원)보다 1.33%포인트 높았다.
연체율은 매해 상승하고 있다. 가상자산 연계계좌 선발주자인 케이뱅크의 경우 서비스 첫해인 2020년 0.15%에서 2021년 0.27%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0.89%까지 뛰어올랐다. 카카오뱅크 역시 제휴를 시작한 2022년 0.18%에서 올해 8월 말 0.58%로 0.4%포인트 더 올랐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두 회사 모두 올해 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걸로 보인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국내에서 원화 기반 가상화폐 매매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은행의 실명 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실명 계좌를 발급해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 계좌에 돈을 예치해두거나 대출을 받아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대출액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케이뱅크 가상자산 연계계좌 신용대출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7조601억원으로, 전년(6조2848억원) 대비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고신용 고객과 중저신용 고객 각각 6334억원, 1418억원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도 올해 8월 말 5909억원으로 지난해(4211억)보다 1698억원 늘었다. 가상자산 연계계좌 대출액이 증가했다는 건 그만큼 가상자산 투자 자금이 늘었다는 의미다.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와 비슷한 개념이다.
문제는 가상자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터넷은행 부실 리스크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 대출을 제때 못 갚는 고객들이 급증할 수 있다. 김희곤 의원은 “이미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 것처럼 대출액이 늘면 건전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가상자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