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기자
미국 국채금리의 추이에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음에도 국채금리 폭등 탓에 가격이 하락 전환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1일 오후 1시2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1.86% 내린 2만7103달러(약 3629만원)로 집계됐다. 이달 2일까지만 해도 2만8400달러선을 웃도는 등 비트코인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가격은 하락 곡선을 그렸는데 전날에도 2만7360달러까지 내렸다.
이달 초엔 향후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매년 10월 강세를 보였다. 2013년 이후 10년 동안 10월만 되면 비트코인 가격은 대체로 오름세를 보였다. 10월이 10번 반복될 동안 8차례 상승 마감했다. 때문에 매년 10월이 되면 강세장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해 10월1일 비트코인 가격은 1만9900달러대를 기록했으나 같은 달 31일에는 2만400달러대까지 올랐다. 2021년에도 10월 초 4만3000달러대에서 10월 말에는 6만400달러대로 급등했다.
아울러 내년 4월 비트코인 반감기가 예정된 것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비트코인은 4번째 반감기를 맞게 되는데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 블록당 3.125개로 감소하게 된다. 반감기 이후에는 비트코인 공급량이 줄어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이런 호재에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 전환한 것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반대로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정책이 기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국채금리는 치솟았다. 사실상 무위험 자산인 미 국채가 연 4.6% 상당의 이자를 보장하면서 위험자산이 모인 가상자산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일(현지시간) 장중 연 4.8%를 넘어섰다. 이달 2일 2만8400달러 이상을 기록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685%에서 4.795%로 상승하자 2만7300달러대로 내렸다. 이달 9일 4.628%에서 다음 날 4.635%로 오르면서 2만7800달러대에서 움직이다 2만73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반면 국채금리가 진정세를 보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다. 6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4.86%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금리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미 증시가 상승 반전하는 등 호재성 재료가 유입되자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의 국채금리가 하락한다고 해서 반드시 비트코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지난 8일 4.725%를 기록한 후 9일 4.628%로 내렸지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국제유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 다른 요인 탓에 약세를 보였다.
한편, 미국 국채금리 상승 여파 이후 가상자산 투자심리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너티브에 따르면 이날 투자심리를 지수로 표시한 공포·탐욕 지수는 전날보다 3점 내린 47점(중립)으로 나타났다. 이달 2~3일 50점(중립)을 기록했으나 그 이상 투자심리가 개선되지 않았다. 얼터너티브의 공포·탐욕 지수는 0점으로 갈수록 투자에 대해 비관하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100점에 근접할수록 낙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