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목돈 나갈 일이 있는 연령대가 타깃인데, 5년 적금은 상당히 길지 않냐는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했어요." 경기도 양주에 사는 회사원 차진우씨(30)는 청년도약계좌 가입 신청을 해 승인까지 받았지만 계좌 만들기는 포기했다. 차씨는 "처음에는 일단 신청부터 해볼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2년 내 결혼할 계획이라 목돈 나갈 일도 많은데 5년짜리 적금을 계속 유지하는 건 많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어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정부는 한 달에 보조금 2만4000원 주면서 5년 동안 5000만원 모으라고 하면 모을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청년 목돈 만들기' 상품들이 작년부터 나왔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연 6% 이자로 5년에 최대 5000만원까지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의 계좌 개설자수는 작년 청년희망적금의 10% 수준을 겨우 넘겼다. 금리 9% 효과를 내 2년 동안 1000만원을 모으는 청년희망적금은 가입자 10명 중 2.5명이 해지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출시한 청년도약계좌의 가입신청 건수는 8월까지 총 135만9000건이었다. 월별로 보면 6월 76만1000명→ 7월 44만명 → 8월 15만8000명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신청을 해도 관문은 또 있다. 소득과 재산 수준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가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7월까지 누적 승인자수는 총 61만5000명(6월 39만3000명, 7월 22만2000명)이었다.
이 관문을 통과해도 다 가입하는 게 아니다. 가입승인 받은 청년들 중 계좌 개설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또 있기 때문이다. 8월까지 계좌 개설자수는 총 37만8000명이었다. 7월 25만3000명, 8월 12만5000명으로 이 또한 줄어들고 있다. 작년 2월 말 출시해서 한 달 만에 가입자수 284만4000명을 모았던 청년희망적금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한 달에 70만원은 넣어야 5년에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는 다수 청년들에게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월 50만원에 2년 약정기간인 청년희망적금마저 중도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2월 출시 초기 289만5000명이 가입한 청년희망적금의 가입자수는 올해 6월 217만4000명까지 감소했다. 가입자 10명 중 2.5명이 중간에 해지 한 것이다. 청년희망적금은 출시 이후 곧바로 가입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출시 석 달만인 작년 6월에 14만3000명이 해지했다. 그해 12월에는 15만3000명, 올해 6월에는 11만1000명으로 내년 2월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데도 해지자수는 계속 10만명에 달한다.
이렇게 청년희망적금을 중간에 해지하면 만기 2년을 채워야 받을 수 있는 연 9% 금리 효과(은행 금리 5~6%, 저축장려금, 비과세혜택 등 포함)를 누리지 못한다. 김성주 의원은 "일반 적금상품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준다고 해도 가입을 유지하기 힘들어한다는 건 그만큼 청년들의 삶이 팍팍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좀 더 실효성 있는 청년 목돈 모으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