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김형민기자
허경준기자
살인 혹은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흉악범 3명에 대해 21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등 중형이 확정됐다.
‘계곡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32·여)는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공범 조현수씨(31)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씨와 조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살인 및 살인미수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고불리 원칙, 공소장변경, 불능미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씨(사망 당시 39세)에게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았다.
이씨는 A씨를 수년간 경제적으로 착취하다가 재정 파탄에 이르러 효용가치가 떨어지자, 조씨와 함께 A씨를 살해해 생명보험금 8억원을 받아 낼 계획을 세우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2심은 "피고인들은 보험금 8억원을 노려 두 차례 살인 미수와 살인을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가스라이팅(심리 지배)에 의한 ‘작위 살인’은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씨는 A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달라며 2020년 11월 보험사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이달 5일 패소했다. 이씨는 A씨와 2017년 혼인신고 후 이듬해 A씨를 피보험자로,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계약 3건을 체결했다.
이틀 사이 중년 남녀를 연달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재찬(54·남)도 이날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강도살인, 특수절도,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재찬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도살인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해 "피고인에 대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이 선고된 경우에 있어서도 형사소송법 제383조 4호의 해석상 검사는 그 형이 심히 가볍다는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고이유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1호) ▲판결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이 있는 때(2호)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때(3호) 등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이 상고할 수 있는 사유들을 열거하면서 4호에서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를 들고 있다.
권재찬은 살인 혐의로 1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지 3년 8개월 만인 2021년 12월4일 인천 미추홀구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유기하고, A씨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금목걸이, 현금 등 1100만원 상당의 소지품을 빼앗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권재찬은 직장 동료 B씨를 끌어들여 사건 당일 A씨의 체크카드로 현금 450만원을 인출하고, 이튿날 A씨의 시신을 땅에 묻자는 구실로 B씨를 인천 중구 을왕리 근처 야산으로 유인한 뒤 둔기로 때려 살해한 후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았다.
권재찬은 도박 빚 때문에 9000만원이 넘는 채무를 지게 되면서 채권자들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를 당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도박장에서 만난 A씨를 타깃으로 삼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강도살인 등 혐의 유죄를 인정, 사형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다. 하지만 2심은 권재찬이 사전에 피해자들에 대한 살인까지 계획하고 준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로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이 분명한 경우에만 선고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강도 범행을 기획했음은 인정되지만 나아가 살인까지 기획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강간한 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게는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등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공소장변경허가 절차 등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 잘못이 없다"라며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2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5월22일 오전 5시께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이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심 진행 도중 사건 당시 피해자의 청바지에서 이씨의 DNA를 검출하는 등 추가 증거를 찾아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 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 성폭력 교육 80시간 이수 등도 명령했다.
이 사건은 공론화된 이후 신상공개 제도 개선, 피해자 상고권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