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끈끈한 관계? 정가 의혹제기에 녹색병원 입장은

임상혁 녹색병원장 "李와 친분 없다" 반박
"1000명 넘는 단식환자 치료받은 곳"
"단식 10일쯤부터 오기로 돼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해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녹색병원에 관심이 쏠린다. 여권에서 이 대표와 녹색병원이 모종의 관계가 있어 그곳으로 옮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긴급 이송될 정도로 이 대표의 상태가 좋지 않은데 서울 여의도에서 차로 30여분 이상 소요되는 곳을 회복치료 병원으로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녹색병원 측은 이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없으며, 단식 초기부터 건강이 악화될 경우 이곳으로 오기로 돼 있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인 지난 18일 오전 급격히 건강 상태가 악화돼 인근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가 응급조치 후 녹색병원으로 옮겨져 회복치료를 받았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녹색병원은 여의도와 약 20㎞ 떨어져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녹색병원에 단식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의들이 있다고 한다"며 "치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돼 있다고 해서 그쪽에서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단식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건강이 악화돼 국회에서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2023.9.18<br /> kong79@yna.co.kr<br /> (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사태' 이후 설립된 곳이다. 1970년대 합성섬유업체 원진레이온에서 일하던 노동자와 퇴직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사지 마비 등 증상에 시달렸지만, 당시엔 산업재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대다수가 치료와 보상을 받지 못했다.

원인은 인견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이황화탄소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탓이었다. 직업병 인정 투쟁의 성과로 설립된 원진재단이 2003년 9월 직업병 전문병원으로 녹색병원의 문을 열었다.

이 병원에선 2017년 장기간 굴뚝 농성을 벌였던 파인텍 노동자들, 2018년 40일 넘게 단식농성을 벌인 설조 스님, 2019년 국회 앞에서 고공 단식농성을 하던 형제복지원 피해자 등이 이송돼 치료받았다.

민주당의 설명에도 여권에선 이 대표 단식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녹색병원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이에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이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없으며 이번에 처음 대화를 해봤다고 반박했다. 그는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제가 국회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 부원장을 맡고 있다. 그전에 토론회나 이런 데는 이 대표 오시면 사진 찍고 했지만 말씀을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식 10일째 정도부터 건강이 악화될 경우 녹색병원으로 오기로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 원장은 "단식에 들어가고 한 열흘 정도 지나서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가게 되면 녹색병원으로 오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저는 그냥 정치인이 오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병원에 1000명 넘는 단식 환자들이 입원했었다"며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나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민주당 의원과 같은 정치인도 있었고, 54일 단식을 했던 파리바게뜨의 임종린 지회장이나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어머니들,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등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병원에 입원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대표의 상태에 대해선 "안정을 취하면서 좋아지고 있다. 현재 부족해 있는 전해질이나 수분 등을 공급해 주는 수액 치료를 하고 있다"며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기 때문에 저희가 열심히 치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단식을 계속하고 계셔서 저희가 계속 단식을 중단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슈1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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