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주 감귤초콜릿이 고디바 못지않은 이유

제주 향토기업 '제키스' 탐방
제주 농가서 확보한 원료로 초콜릿·쿠키 만들어
러시아·중국·일본 수출

정기범 제키스 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 여행을 하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전할 선물을 고려할 때 가장 많이 꼽히는 제품이 감귤초콜릿이다. 달콤한 초콜릿 안에 상큼한 감귤 시럽이 듬뿍 든 감귤초콜릿은 나이 불문하고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이다. 지난 13일 제주 애월읍에 위치한 감귤초콜릿 공장 '제키스'(JeKiss)를 찾았다. 정기범 제키스 대표는 "우리는 귤·백년초·녹차·메밀 등 제주산 원물을 제품에 사용하고 제주의 문화와 환경을 제품 패키지에 담아내고 있다"며 "제주 로컬기업으로서 제주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고향이 제주다. 유럽산 고급 초콜릿 유통하는 업무를 하다 자기만의 초콜릿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2006년 감귤초콜릿 업체 제주웰빙을 인수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2008년 기업명을 일구오공으로 바꿨다가 2012년 '제주와의 입맞춤'이라는 의미인 제키스로 변경했다. 올해로 17년차 회사를 이끌고 있다.

제키스가 설립된 당시 제주엔 감귤초콜릿을 만드는 업체가 적지 않았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제주 여행 붐이 일던 때라 비슷한 업체가 우후죽순 생겼다. 정 대표는 기존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에만 매몰돼 제품의 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그는 고디바 등 유럽 고급 초콜릿 못지않은 퀄리티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2014년 제2공장을 짓는 등 본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섰다. 정 대표는 "초콜릿에서 가장 중요한 게 카카오와 카카오버터의 함유량"이라며 "이런 원료들은 온도와 습도에 엄청 예민한데 우리는 이들을 컨트롤해 고급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애월읍에 위치한 제키스 제2공장에서 감귤 등을 원료로 한 쿠키가 만들어지고 있다.

제키스 직원들이 갓 구워진 쿠키를 꼼꼼히 검수하고 있다.

원료는 제주산 농산물로 조달한다. 제주산 감귤의 경우 알맹이 크기가 고르지 않거나 껍질에 상처나 흠이 있으면 '비상품'으로 분류된다. 비상품은 착즙해 주스를 만들거나 액기스나 분말 형태로 만들어 가공식품 등으로 활용된다. 제키스는 감귤초콜릿 안에 들어가는 '필링'에 감귤 분말을 사용한다. 정 대표는 "감귤 하나에 초콜릿 4개 정도 만들 수 있다"며 "초콜릿 중량이 9g인데 이 중 필링 비중은 약 3% 정도"라고 전했다.

제키스는 감귤초콜릿 고급화 전략에 성공하자 제주산 원료를 사용한 타르트·쿠키·파이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위생복을 입고 제2공장에 들어서자 자동화 설비가 사람의 도움없이 초콜릿과 쿠키를 바쁘게 찍어내고 있었다. 원료배합부터 몰딩, 성형, 냉각, 포장 등이 빠르게 진행됐다. 제키스 한 관계자는 "돌하르방 초콜릿의 경우 하루 7만~8만개씩 생산한다"며 "검수 작업도 꼼꼼히 거친다"고 설명했다.

제주 애월읍에 위치한 제키스 본사 전경.

제키스는 2010년 매출 40억원에서 2015년엔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020년 매출이 60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 유입 등으로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지난해엔 매출이 90억원까지 회복됐다. 매출 비중은 제주 30%, 면세점 등 육지 30%, 나머지는 수출이다.

제키스 제품은 해외에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엔 제주 향토 초콜릿업체 최초로 러시아 수출도 성사했다. 감귤·한라봉·녹차 등 제주의 자연을 담은 초콜릿과 제과 등 6만달러(약 8000만원) 규모 제품을 제주항에서 선적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냈다. 정 대표는 "러시아에서는 연간 70만달러 규모의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러시아 진출은 해외시장 개척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기간 단절됐던 중국과의 거래도 이달부터 재개됐고 10월부터 일본 수출도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꾸준히 신제품 개발도 나서고 있다. 연내 감귤과 마늘 필링이 각각 들어간 샌드형 사브레 쿠키와 초콜릿 미니 파우치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개발로 제주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한 기업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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