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치매 원인 물질 발생 기전 입증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타우(Tau) 단백질이 뇌 속에서 어떻게 응집하고 섬유화하는지 분자 수준의 기전이 세계 최초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입증됐다.

이민재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사진제공=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이민재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교수 등 다학제 연구팀과 김준곤 고려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타우 단백질의 섬유화 과정과 신경독성 물질 형성 원리를 최초로 입증했다고 4일 밝혔다.

치매 환자 중 7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Aβ)와 타우 같은 단백질들이 뇌 속에 쌓이며 신경 세포를 죽이는 독성 물질을 형성하는 게 주요 병인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들 단백질이 왜 쌓이는지와 같은 보다 근본적 발병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근원적 치료제(DMT)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번 연구는 타우 단백질 조각이 뇌 신경세포 내부로 침투하는 과정과 시냅스 기능 억제 기전, 동물의 기억력 감퇴 및 뇌 조직 사멸에 끼치는 영향 등 그간 규명되지 않았던 타우 단백질의 섬유화 현상을 구체적으로 규명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타우 단백질이 어떻게 분자 수준에서 섬유화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신경독성 물질 형성을 촉진하는 핵심 영역(응집 코어)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내부 절단된 타우 단백질의 일부분이 별도의 처리 없이 생리적 환경 조건에서 자발적으로 신경 독성물질을 형성할 수 있으며 정상 타우 단백질까지 신경 독성물질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 원인이 단백질의 절단으로 특정 부위(응집 코어, 타우-AC)가 노출되기 때문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추가로, 타우의 절단으로 생성된 신경독성 물질이 신경세포에 침투하는 경로, 추가적인 응집을 유도하는 과정, 그리고 신경세포의 시냅스 가소성을 떨어뜨리는 현상 등을 규명해 세포 수준에서 이들의 병리 유도 기전을 확립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동물모델 실험에서는 타우 응집 코어를 생쥐의 뇌실 내 해마에 주입 시 신경세포 사멸과 신경염증 반응 및 기억력 감퇴 등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유사한 행동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확인해 분자 및 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타우 조각의 병리 기전이 동물모델에서도 재현됨을 확인했다.

타우 절단으로부터 시작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모델[사진제공=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를 주도한 이민재 교수는 “새로운 타우 단백질의 섬유화 및 신경독성 생성 원리를 분자와 세포, 그리고 동물 모델 수준으로 밝혀낸 것”이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생화학·신경과학·생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협업과 고위험·고수익 기초연구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통해 연구 성과를 창출했다”며 창의적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지난달 18일 온라인 게재됐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