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환기자
코로나19 3년간 실시된 비대면 진료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였다. 병·의원을 찾기 어려운 밤이나 새벽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났을 때 비대면 진료로 해열제를 처방받아 약을 배달받을 수 있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소아청소년과 진료 비중은 한때 20%에 달할 정도로 ‘소아과 대란’ 해결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으로 바뀌면서 현재 진료비중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야간과 휴일 소아환자는 상담만 허용하고 진료와 처방은 금지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소아과 대란인데, 그나마 대란을 해소해주던 비대면 진료가 감소해 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걱정이 더 커졌다. 비대면 진료가 사실상 막히자 "정부가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맞벌이 부부뿐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비대면 진료는 병원을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었다. 지난 3년간 비대면 진료는 1379만명이 이용했고, 중복 진료 건수를 포함해 3661만건의 진료가 이뤄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170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62.3%가 만족한다고 했고 87.9%는 향후 활용의향이 있다고 했다. 의료기관(의원급)과의 거리가 멀수록, 의료기관 방문빈도가 잦을수록, 도시보다 읍면지역에서 활용 의향이 높았다. 팬데믹 기간 많은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해 효용성을 느꼈지만,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에 맞춰 과거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두 달째를 맞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한달 후 계도기간이 끝나면 법제화된다. 변수가 없으면 초진을 제한하고 약 배송을 금지하는 현재 시범사업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두달새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진료 건수는 최대 90% 급감했다. 사업성이 없으니 7곳은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법제화가 코 앞인데 의료계와 플랫폼은 평행선만 달리고 정부는 뒷전에 있다. 의료소비자인 국민의 목소리는 사실상 배제됐다. 그간 수차례의 비대면 진료 관련 간담회와 토론회는 각 업계와 당국의 목소리만 부각됐을 뿐, 의료소비자 입장을 대변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과 편의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안전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법제화의 선결조건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이다. 법제화를 추진하는 정부, 법안을 심의·의결하는 국회 모두 이제부터라도 국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