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주상돈기자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징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TV 수신료를 위탁 징수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는 KBS와 구체적인 분리징수 방식과 비용증가 부담 비율 등에 대한 계약변경을 추진할 방침인데 협의가 어려울 경우 위탁 징수 사업에서 손을 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6일 한전 관계자는 "KBS에 수신료 징수 위탁 계약에 대한 변경을 요청했고 징수방법과 비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며 "만약 한전이 추가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되는 즉시, 통합징수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위 계약 중 '통합징수' 부분은 원천 무효로 알고 있다"며 "한전이 손해를 보면서 위탁 징수를 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고, 한전과 KBS가 적정 비용 부담 방안 등 계약 사항에 대해 협의를 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한전은 KBS와 수신료 징수 위탁 계약을 맺고 TV 수신료를 위탁 징수해 왔다. 이 계약은 3년 단위로 갱신되는데 이번 계약은 2024년 12월까지다. 한전은 징수 위탁 계약이 통합징수가 전제인 만큼 분리징수에 따른 추가 비용은 추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TV 수신료를 분리 고지·징수해 발생하는 관련 비용은 2269억원에 달한다. 2021년 기준 통합징수 시 419억원이 소요됐는데 분리징수에 따라 청구서 제작비와 우편 발송비 등 1850억원의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증가한 징수비용을 한전이 다 떠안게 되는 경우 전기요금으로 TV수신료 징수업무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메우게 된다"며 "이르면 10월께 완전한 분리징수가 시행될 예정인데 국민불편이 없도록 이 사이 KBS와 계약 변경을 최대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 집합건물 관리주체에 주고 있는 징수비용에 대한 상향도 불가피하다. 한전은 '아파트 관리지원금' 명목으로 관리사무소에 TV수신료 업무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전기사용 계약은 개별세대가 아닌 관리주체와 체결돼 있다. 그동안 관리비에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함께 걷어왔는데 TV수신료를 따로 납부하려면 개별세대가 관리사무소에 신청해야 한다. 관리사무소는 TV 수신료를 별도로 수납하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청구서 별도 발행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이 불가피하다.
한전이 KBS와 협의 등을 거쳐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완전히 분리해 고지·징수하기 위해서는 고지서 제작·발송 인프라 구축, 수납시스템 보완 등을 위한 준비기간이 3개월 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한전은 완전한 분리징수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는 현행과 같이 통합 고지하되 고객이 원할 경우 TV 수신료를 별도로 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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