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기자
배달 라이더는 주 57시간을 일하고 월 실소득은 256만원을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배달 라이더의 3분의 1은 비자발적 실직을 겪어 이 직업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이 2일 공개한 '플랫폼 노동 확대에 대응한 산업인력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달 대행업이 주업인 20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배달 라이더는 주당 평균 57시간을 일하고, 월 실소득은 256만원 선이다.
통계청의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담긴 한국인 취업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인 38시간 48분을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일해서 번 총소득은 월 354만원이다. 2021년 임금 근로자 월 평균소득 333만원보다 약간 높지만, 오토바이를 비롯한 장비 렌털 및 보험료 등으로 지출하는 경비가 월 100만원에 달한다.
배달 라이더들은 업무 강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한 '배달대행업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62.4%로 집계됐다. 이유는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려움'이라고 답한 비율이 29.4%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전통적 산업 분야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폐업·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으로 새 일거리를 찾아 이 직업에 진입했다.
기존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33.9%가 '폐업·구조조정 등 비자발적 사유'라고 답했고, '소득이 적어서'(22.0%), '업무 강도가 세서'(18.1%), '근무 시간이 길고 경직적이라'(12.6%) 등이 뒤를 이었다.
배달 라이더가 되기 전 일한 직종은 판매영업직(37.0%), 음식 서비스(17.3%), 일반 사무직(13.4%), 생산 기능직(9.5%) 등이었다.
비교적 높은 업무 강도에도 현재의 배달 대행 일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57.5%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 4.5%보다 훨씬 높았다.
산업연구원은 비자발적 실직으로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 경우가 다수라는 점은 노동자들이 배달 대행업 등 플랫폼 경제로 옮긴 바람에 전통 산업 분야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상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무 단위로 쪼개진 특정 업무를 반복하는 플랫폼 노동은 오래 할수록 노동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플랫폼 종사자가 산업 일자리와 플랫폼 사이를 유연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