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유'보다 비싼 강아지 유치원…우리집은 'VID(Very Important Dog)'

반려동물인구 1000만, '가족' 인식 보편화
서울 반려견유치원 등 동물위탁관리 709곳 ↑
사료 비싸도 성분 따지고 영양제로 건강 관리
올 반려동물시장 4조5000억, VID 가속화

<i>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정인영(가명) 씨는 출근 전 반려견을 유치원에 등원시킨다. 비용은 회당 3만4000원으로 한 달에 약 70만원을 들인다. 어린이들이 가는 일반 유치원보다 비싼 셈이지만 정 씨는 이 비용이 아깝지 않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반려견이 다른 강아지들과 다양한 놀이를 하며 활발하게 지낼 수 있고, 선생님이 매일 반려견의 활동성 등 상태를 사진, 동영상, 체크리스트, 코멘트 등으로 남겨줘 혼자 있을 반려견 생각에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아이들이 가는 어린이집, 유치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관리는 해주는 데다 설·추석 등엔 예쁜 옷을 입고 사진도 찍고, 체육대회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도 종종 있어 출근해있는 동안 반려인이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고 말했다.</i>

국내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를 넘어오면서 '내 아이에게만큼은 최고로 해준다'는 '프리미엄 키즈' 'VIB(Very Important Baby)' 양상이 반려동물에게까지 옮겨가고 있다. 이른바 'VID(Very Important Dog)'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보편화하면서 강아지 유치원을 이용하는 것, 사료부터 간식, 영양제에 이르기까지 성분을 따져 먹이는 것, 여름휴가를 함께 보낼 곳을 물색하는 것, 함께 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강아지 호텔 등을 이용하는 것 등이 일상적인 범주에 들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도 프리미엄화, 세분화하는 추세다.

정씨의 반려견이 가족들과 생일파티를 하고 있다[사진=독자 제공].

정 씨가 사는 곳 인근에서 알아본 반려견 유치원 비용은 회당 3만~6만원대다. 월 단위로는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하지만, 등록 마감이 임박해 서둘러 선입금을 하는 경우가 잦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난 데다 가족으로의 인식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반려견 유치원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다는 방증이다. 관련 시설도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반려견 유치원을 비롯해 반려동물 호텔, 훈련소 등 동물위탁관리업체 수는 2019년 600곳에서 올해 현재 709곳으로 18.2% 늘었다.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분야는 사료 시장이다. 반려동물이 매일 여러 번 섭취하는 '주식'인 만큼, 선호 질감, 알레르기 성분 포함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 구매하는 반려인이 늘면서다. 이에 관련 업계는 사료를 개발할 때 영양소, 종별 특성 등을 고려하는 한편 화식, 유기농 등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최근엔 반려견과 사람을 동일하게 인식하는 '펫 휴머니제이션' 현상의 영향으로 반려견 사료를 사람 음식과 동일한 기준으로 만들려는 업체도 늘었다. 하림펫푸드 관계자는 "프리미엄 사료로 개발한 '더리얼'은 현재 강아지 사료 시장 1위 브랜드인 '로얄캐닌'과 비교해 1kg당 40% 가까이 비싸지만, 꾸준히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2021년 유로모니터의 국산·수입산 사료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프리미엄 사료로 10위권 안에 드는 등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아이허브에 따르면 올해 1~5월 반려동물 영양제 가운데 가장 판매량이 많았던 CGN 락토비프 반려동물 프로바이오틱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 반려동물용 관절·뼈 건강 상품과 오메가3도 수요가 늘면서 판매량 상위권에 올랐다. 아이허브 관계자는 "유산균, 관절, 눈 영양제 등은 일반적으로 많이 찾는 상품"이라며 "최근에는 반려동물 건강 관리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항산화제, 칼슘, 비타민 D, L-라이신, 이뮨 서포트 등 다양한 영양제가 출시, 지난달 이후 반려동물 영양제 신규 품목만 113개가 입고됐다"고 말했다.

켄싱턴호텔앤리조트 설악밸리에서 운영하는 펫 전용 객실에서 강아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제공=켄싱턴호텔앤리조트].

휴가를 떠날 때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국내 주요 호텔은 앞다퉈 반려동물 동반 가능 구역을 마련하고, '펫캉스' 상품을 확대했다. 일부 리조트는 설계 단계부터 반려견 운동장 등 놀이시설과 반려견 동반 객실을 배치하기도 했다. 반려동물 삼푸·린스 등 '펫 객실'에 비치될 용품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장기간 시장조사에 들어가기도 한다. 펫캉스를 하면서 선뜻 사기 힘든 고급 펫 드라이룸이나 유모차 등을 체험해본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이용객뿐 아니라 관련 업체의 협업 문의도 늘고 있다. 설악밸리와 충주에서 약 100개의 펫 전용 객실을 운영하는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제휴를 맺은 펫 용품 업체가 전년 대비 4배 늘어 현재 20여곳이 됐다.

이 밖에도 프리미엄 반려동물 현상이 확산하면서 반려견 장례 사업이 다양화할 뿐 아니라 반려동물 관련 보험도 늘었다. '강아지 오마카세' 등 이색 사업도 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올해 4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2027년에는 6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자학과 박사는 "프리미엄 도그(DOG) 현상은 저출생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인구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반려견에 자신의 자식을 투영시키는 현상의 결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반려견을 본인의 외로움을 안아주는, 심적인 위안을 주는 존재로 여기는 1인가구 청년층의 경우 본인에게 쓰는 지출은 줄이면서도 반려견에게는 아낌없이 소비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통경제부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유통경제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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