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보고 싶어서'…'부산 또래살인' 23살 정유정, 사이코패스 가능성은

"범행 후에도 동요 안 해…사이코패스 가능성"
경찰, 사이코패스 성향 검사…후속 수사 이어가

또래여성 살인 사건 피의자 정유정 씨. 부산경찰청 제공.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이코패스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1일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은 지난달 31일 경찰 조사과정에서 "살인해보고 싶어서 그랬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3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과외 앱에 자녀를 둔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해 과외 선생을 물색했다. 피해자 A씨와는 2~3일간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시범 수업을 해달라"며 A씨의 집에 방문 약속을 잡았다.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서는 A씨의 모습. [이미지출처=부산경찰청]

범행 당일 정유정은 학생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구입한 교복을 입고 A씨를 찾아갔고, 무방비 상태에 있던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자기 집에서 피해자 시신을 훼손한 뒤 시신을 일부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유정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계획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포렌식 결과 3개월 전부터 '살인', '시체 없는 살인' 등을 검색했고,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소설을 다수 빌려본 것으로 확인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계획범죄의 정황이 드러난다고 봤다. 오 교수는 이날 YTN '뉴스라이브'와 인터뷰에서 "과외 앱에 가입해서 피해자를 물색했고, 자기가 고등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라는 스토리를 만들어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정유정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와 일면식 없는 사이였음에도 사람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점, 살해 이후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평소에 봤던 범죄 소설에서 힌트를 얻지 않았겠는가, 또 정유정은 고등학교 때 주위 친구 관계가 전혀 없고 혼자 있었다고 하는데 혼자 공상을 하면서 자기의 범행을 실현해보고자 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피의자의 사이코패스 성향 유무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택시·동거인 살해 사건'의 이기영(32), '계곡 살인 사건'의 이은해(32)도 사이코패스 검사를 받았다. 사이코패스는 공격·폭력적이고 거짓말에 능하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운 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을 보인다.

다만 잔혹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무조건 사이코패스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2019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유정, 2021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스토킹 대상이었던 피해자와 일가족을 살해한 김태현도 범죄 수법은 잔인했지만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현재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검사하고 있다. 정유정은 이날 오후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됐다.

이슈1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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