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선기자
"'김남국 사태'는 디지털 금융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입니다. 이제 투명성을 살리고 익명성을 보완해야 할 시기입니다." 문송천 KAIST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 논란에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문 교수는 국내 최초 전산학 박사이며, 김 의원의 가상화폐 이상거래를 포착한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거래분석 시스템 데이터 설계 및 구축에 참여한 인물이다. 그는 "FIU와 디지털 금융을 정확히 이해해야 김 의원 논란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금융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FIU 이상거래 분석 시스템은 일정 금액을 상회하는 인출이 여러 번 발생할 때 잡아내도록 설계됐다. 원래는 한도가 5000만원이었는데, 국내에서 자금세탁 범죄가 빈번해지면서 한도를 1000만원까지 낮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이슈를 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흘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의심거래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잡아낸다. 시스템이 경고를 울려서 직원이 살펴본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거래자가 김 의원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FIU가 잡아내는 의심거래는 크게 '불법재산 조성' '범죄조직 자금 조성' '자금세탁' 등 기준으로 갈린다. 이 가운데 문 교수는 김 의원의 자금세탁을 의심했다. 지속해서 반복된 거래 형태,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자금세탁이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문 교수는 "정치자금인지 뇌물인지 FIU는 전혀 관심 없다. 그것은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의 영역"이라며 "단지 3가지 기준에 따라 의심거래를 판단할 뿐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3월 현금 440만원만 인출했다는 김 의원 해명에 대해, 문 교수는 "FIU 시스템을 이해하면 설득력이 없다"며 "FIU는 '김남국' 이름 석 자만 적힌 계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 자금 흐름까지 추적해 연관성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김 의원의 논란이 정치인의 자금세탁 또는 로비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김 의원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내 디지털 금융 시스템의 명암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디지털 금융의 단점으로 익명성을 꼽았다. 그는 "블록체인은 이용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한다"며 "김 의원의 가상화폐 보유 논란은 정치인들이 블록체인의 익명성을 역이용해 자금세탁에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금융의 장점으로는 투명성을 지목했다. 익명성을 활용하려던 김 의원이 자신의 가상화폐 지갑을 공개했다가 역추적 당한 것을 두고 문 교수는 "블록체인의 역습"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2009년부터 거래돼 지금까지 모든 거래내역이 남아 있다"며 "해킹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다. 해킹 시도조차 기록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내역도 블록체인의 투명성 때문에 밝혀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도를 보완해 디지털 금융의 투명성은 더욱 강화하고 익명성에 따르는 문제는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