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해도 50가구 분양 버겁다'…인천 청약시장 칼바람

지난해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수도권 청약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 초 정부가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은데다 주택 매매시장도 살아나면서 청약시장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다. 다만 분양가나 입지 등에 따라 예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청약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북구의 한 재개발 단지 앞에 청약 1순위 마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시 은평구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지난 16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21가구 일반분양에 총 9550명이 몰려 평균 7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59.9㎡(전용면적) T형으로 1가구 분양에 총 494명이 청약해 49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는 전날 진행한 특별공급 청약에서도 114가구 분양에 3133명이 청약해 평균 2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다른 서울 내 분양 단지에서도 높은 경쟁률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 디센시아 1순위 청약에는 329가구 모집에 1만7013명이 지원해 5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영등포구 양평동에서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98.76대 1로 나타났다.

이들 단지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주변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가 배경으로 꼽힌다.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 3.3㎡당 평균 분양가는 2610만원으로 84㎡ 기준 7억~8억원대로 책정됐다.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3.3㎡당 평균 2930만원으로 84㎡는 8억2000만~9억7000만원이며,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경우 3.3㎡당 평균 3411만원으로 84㎡가 11억7000만원 수준이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와 비슷하거나 1억원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인천·경기 외곽 등 다른 수도권 지역에서는 입지나 가격에 따라 청약이 미달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위치한 미추홀 루브루 숭의는 지난 16일까지 1·2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50가구 모집에 31명 신청에 그치며 0.62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 서구 원당동에서는 칸타빌 더 스위트가 지난달 609가구를 모집하는 1·2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232가구만 신청하면서 0.38대 1의 경쟁률로 미달됐다.

한편 무순위 청약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진행된 과천 지식정보타운 총 4개 단지 6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1만4175명이 몰려 2362.5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별로는 과천 르센토 데시앙은 1가구 모집에 4746명이 신청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는 지난 8일 자연앤푸르지오 계약 취소분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서 1165명이 몰리기도 했다.

반대로 인천 무순위 청약시장은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연수구 송도동 일대에 위치한 힐스테이트레이크 송도 3차는 계약취소분 9가구를 무순위 청약으로 모집했지만 82명만 신청해 9.1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이 단지는 2020년 처음 분양 당시 1순위 청약에서 44.7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3년 전 분양가와 같은 가격에 공급된 이번 청약에서 부진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청약시장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규제완화의 여파로 풀이된다. 올해 초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를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전매 제한 기간도 대폭 완화하면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정부의 규제완화 이후 청약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낮은 분양가로 공급하는 단지에 예비청약자들이 몰리는 모습"이라며 "매매시장에서도 반등 거래가 이어지는 등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아지자 청약시장도 더욱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돈 되는 곳에만 청약자들이 몰리는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다만 규제완화로 최근 세대원과 다주택자도 청약이 가능해지는 등 청약자 수가 부풀려지는 착시를 초래할 수 있으니 계약률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정확한 지표"라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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