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경기자
나이 오십에 걷기, 자전거, 탁구 말고 새로운 운동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서핑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바닷가로 여행갈 때마다 서핑 강습을 신청했어요. 4월에는 제주 중문 해변, 5월에는 부산 송정 해변, 7월에는 강원도 양양에서 서핑을 했습니다.
첫날 강사님이 뒤에서 잡고 밀어줄 때는 어찌어찌 서서 탔어요. 혼자 연습한 둘째 날부터 며칠 동안은 보드 위에 제대로 서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5월에도 바닷물은 어찌 그리 차고, 파도는 어찌 그리도 거세게 몰아치는지. 파도를 거슬러 서프보드를 밀고 나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보드가 뒤집히며 수없이 물속에 곤두박질칠 때마다 짠 바닷물을 실컷 먹었습니다. 바닥의 모래에 쓸려 발등에 상처가 나는 바람에 한동안 걸을 때마다 절름거리기도 했고요.
서핑을 배워보니 참 재미있는 스포츠예요. 골프는 타수 줄이기로 경쟁하고 달리기는 기록으로 경쟁하고 축구는 상대팀과 승부를 겨룹니다. 서핑은 경쟁이 없고 기록도 없고 승패도 갈리지 않아요. 각자 자신의 파도를 타며 순간을 즐길 뿐이죠. 그렇다면 저는 왜 서핑을 할까요?
서핑은 수없이 자빠지고 곤두박질치고 물을 먹어도 다시 일어나야 해요. 그게 꼭 제 인생 같아서 몇 번 넘어졌다고 포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서핑을 배우면서 넘어지지 않기를 기대하지 않게 되었어요. 또 넘어져도 얼른 일어나면 된다는 마음으로 보드를 밀고 바다 가운데로 나아가는 거죠.
서핑할 때 파도에 올라타려면 거센 물결이 닥치기 전에 미리 속도를 올려야 합니다. 보드에 엎드려서 기다리다 저 멀리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며 물결이 시작되는 게 보이면 양팔을 노처럼 저어 패들링을 합니다. 그냥 정지 상태로 있거나 가속이 붙지 않았을 때 물결은 그냥 보드 아래로 쓱 지나쳐버립니다.
파도가 올 때 나도 속도를 내어 달리고 있다가 파도가 온 순간 양팔로 온몸을 밀어내며 순간적으로 발딱 서서 무게중심을 잡아야 해요. 변화의 물결에 제대로 올라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열심히 패들링을 해 나의 속도를 올리는 것, 서핑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김민식, <외로움 수업>, 생각정원,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