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X파일]얼마나 부자이기에…그 의원 빼고 평균 발표

⑭7선 정몽준 국회의원 시절, 통계 '예외'
국회의원 평균 재산 낼 때 착시효과 방지
21대 국회 재산1위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편집자주‘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국회의원이 되면 재산을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전체 재산은 얼마인지, 현금 재산은 얼마인지, 주식과 예금, 기타 재산은 얼마인지 공개하고, 해당 내용은 대중에게 알려진다. 재산공개를 앞두면 남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사치성 재산을 가진 사람은 좌불안석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보유재산 신고 시점 이전에 지저분한 재산을 정리해서 깨끗하게 한다. 남들이 “이런 재산도 있어”라는 의문을 품기 전에 미리 처분하거나 예금 재산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보통의 국회의원이라면 내 재산에 대중의 관심이 많으면 어떻게하지라는 걱정을 하겠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다. 재산 공개 시점이 되면 당연히 해당 정치인 재산이 관심의 0순위가 되기에 피해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몽준 전 국회의원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다. 국회의원 재산 평균은 ‘통계의 착시’가 숨겨져 있다는…. 흥미로운 점은 통계의 착시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어떤 어마어마한 재산의 국회의원이 전체 평균을 훌쩍 높여놓은 게 주된 원인이다. 주인공은 원내 7선을 경험한 정몽준 전 의원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현역 정치인 시절, 비교 불가의 재산 규모로 유명했다.

1988년 제13대 총선부터 2012년 제19대 총선까지 당선돼 7선을 경험한 인물이다. 재산공개 제도가 시행된 이후 가장 재산 많은 국회의원 1위는 언제나 정치인 정몽준이었다.

정치인 정몽준의 재산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다. 2011년 3월 재산공개 때는 3조6708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당시 그의 재산은 전체 국회의원 모두의 재산을 합한 것보다 3배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듬해인 2012년 3월 재산공개 때는 전년도보다 무려 1조6481억원의 재산이 감소했지만, 신고액은 2조원이 넘었다. 일반인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산이 감소했어도, 국회의원 부자 가운데 부동의 1위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재산이 워낙 많다 보니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국회의원의 평균 재산은 특별한 항목이 생겼다. 전체 국회의원 평균 재산이 아니라 정몽준 의원을 뺀 재산 평균이라는 공지다. 이 때문에 통계 발표 때는 언제나 ‘정몽준 의원 제외’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전체 국회의원 평균을 낼 경우 통계의 함정에 빠질 수 있으니 정몽준 의원을 뺀 평균 재산에 주목해달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2월 3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정몽준 전 의원 빈자리는 누가 채웠을까.

20대 국회에서는 김병관-김세연-안철수 등 트로이카 체제가 형성됐다. 2017년 3월 발표된 국회의원 재산공개에서는 김병관 당시 민주당 의원이 1678억원,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 1558억원,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1195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정치인 정몽준과 마찬가지로 기업인 출신 의원들이 재산 순위 상위를 독차지했다. 이들은 1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재산을 신고했지만, 제19대 국회까지 이어졌던 정치인 정몽준의 재산 규모와 비교하면 한참 작은 규모다.

2022년 3월에 발표된 제21대 국회 재산 순위 1위는 1347억원을 신고한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안철수 의원이 차지했다. 김병관 전 의원과 김세연 전 의원이 원내에 입성하지 못하면서 안철수 의원의 강세가 21대 국회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은 2022년 1065억원의 재산을 신고했지만, 2023년에는 559억원을 신고해 재산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로써 100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국회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안철수 의원 한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슈1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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