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수업 중 다비드 조각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일부 학부모의 항의를 받고 사임했다. 학부모가 문제 삼은 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었다.
25일 BBC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한 자율형 공립초등학교 탤러해시 클래시컬 스쿨의 호프 카라스키야 교장은 지난 17일 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르네상스 미술' 수업 시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상 [사진=아시아경제DB]
이날 수업에서는 다비드상뿐만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등 유명 작품도 다뤄졌다. 그러나 수업 이후 몇몇 학부모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카라사퀼라 교장은 결국 학교 이사회로부터 사임 또는 해고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수업 중 다비드상을 보여준 것과 관련해 다비드상을 '포르노'라고 표현하며 "자녀가 이런 작품을 봐서는 안 된다"고 항의했다. 다비드상이 나체라는 이유에서다. 다윗 왕을 소재로 한 다비드상은 미켈란젤로가 1501년부터 1504년까지 제작한 조각상이다. 이는 서양 미술사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작품으로 꼽힌다.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들은 카라스퀼라가 다비드상을 보여주는 것과 관련해 충분히 사전 공지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카라스퀼라는 "다비드상과 같은 고전 예술 작품을 보여줄 때는 사전에 학부모에게 알려주게 돼 있다"며 "그러나 전달이 잘못돼 메일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이에 학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이사회 측은 "학부모는 자녀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와 그림을 배우기 전 언제든지 이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며 "교칙에 따라 사전에 다비드상을 수업에서 다룬다는 공지를 수업 2주 전에 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카라스퀼라는 재직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결국 사임하게 됐다. 그는 학교 이사회에 보낸 편지에서 "이 학교의 교장으로서 내 시간이 끝났다는 것은 슬프다"고 썼다
한편 강력한 보수 정책을 펴고 있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지난 23일 공립학교에서 성교육과 성 정체성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확대하기로 했다. 법을 위반한 교사는 정직되거나 교원 자격을 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