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4㎏ 감량에 고지혈증 극복…걷기여행 상품 개발로 이어져'

박종윤 이부커스코리아 대표
걷기 운동으로 '코로나 블루' 극복
걷기여행 소논문까지 써내
걷기 기반 '힐링 관광' 개발

"걷기 운동으로 한 달 하고 보름 만에 4㎏이 빠졌습니다. 신체검사를 했는데, 원래 있던 고지혈증도 사라졌고요."

서울 중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부커스코리아의 박종윤 대표는 걷기 운동을 시작한 이후 나타난 변화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하루 한 번 꾸준히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었다는 뜻이다.

박 대표가 운영 중인 이부커스코리아는 웰니스 관광과 의료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다.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여행상품을 개발해 판매한다. 1997년부터 여행업에 뛰어든 박 대표는 2003년부터 이부커스코리아를 설립해 20년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여행업에 잔뼈가 굵은 박 대표도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대유행 초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관광객 유치가 사실상 '올스톱'된 것. 여행사의 일거리가 끊기면서 박 대표의 사무실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가 됐다. 코로나19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주변 여행사들도 늘어났다. 박 대표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대출로 겨우 견딜 수 있었다.

일거리가 없던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던 박 대표는 문득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분 전환을 할 겸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였다. 당시 우울증 자가 진단에서 '심각' 단계가 나올 정도로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회사 인근의 남산공원 산책을 즐기던 박 대표는 걷기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보건소에서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곧장 신청해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지역의 중장년층이 주로 신청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신청자 중에서도 비교적 젊은 박 대표는 눈에 띄었다.

교육을 수강하기 시작한 박 대표는 걷기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에 빠졌다. 아무 생각 없이 걷던 것에서 벗어나 올바른 자세로 걷는 법과 목적별 걷기 운동법을 배웠다. 인근에 이동할 일이 있더라도 대중교통을 탑승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렇게 '걷기 전문가'가 된 그는 걷기 지도자로 활동하며 시민들과 함께 남산 둘레길을 걸었다.

박 대표가 경험한 걷기의 이점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것. 주로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던 박 대표는 본격적인 걷기 운동을 시작한 후 체중을 4㎏ 넘게 줄였다. 매년 건강검진에서 위험 수치로 나오던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걷기 운동으로 우울증 증세도 이겨냈다. 걷기에 집중하다 보니 잡념에서 벗어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인 부부는 부부싸움을 한 뒤면 꼭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생각을 가라앉힌 뒤 화해를 한다고 하더라"며 웃어 보였다.

이부커스 코리아 박종윤 대표가 서울 광희동 사무실 근처 골목길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그는 '걷기여행길에서의 걷기경험에 대한 미학적 고찰'이라는 제목의 소논문까지 냈다. 논문을 발간하기 위해 걷기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과의 인터뷰까지 거쳤는데, 걷기 운동의 이점과 미학을 연결 지어 분석했다. 박 대표는 논문을 통해 "걷기 경험을 인간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미적 경험으로서 활용한다면 걷기 여행길의 가치를 상승하게 할 수 있다"며 "걷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주변을 다시 바라보면서 삶의 질 향상과 정서 함양 등 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겪은 '위기'를 걷기를 통해 '기회'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게 박 대표의 포부다. 의료관광 상품을 주로 개발하던 데서 나아가 걷기 여행을 통한 힐링 관광으로 영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를 콘셉트로 삼아 관광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금은 서울의 성곽길과 북촌한옥마을 등 도심 속 골목을 테마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박 대표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를 위한 힐링 관광과 걷기 여행을 포함한 로컬투어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걷기 운동은 남녀노소 누구나 큰 무리 없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흔히들 '걷지 못하면 무너진다'고 하더라구요. 걷기는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어르신들도 하기 좋은 운동입니다. 걷기를 통해 자신만의 좋은 생각을 떠올리는 경험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바이오헬스부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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