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온유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로 대변신을 꿈꾸는 서울의 미래 모습이다. 이 프로젝트는 오 시장이 2007년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2.0 버전으로, 서울 한강 곳곳에 문화·예술·여가를 위한 랜드마크를 세우고 이동 수단을 지상·공중·수상으로 다양화해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한강은 서울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최대 강폭이 1.2km에 달한다.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보다 5배 이상 넓다. 길이도 41.5km에 이르고 수변공간도 널찍하다. 하지만 이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한강은 즐길 거리, 볼거리 부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 시장은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비전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 ▲이동이 편리한 한강 ▲매력이 가득한 한강 ▲활력을 더하는 한강 등 4대 핵심 전략을 앞세워 한강 르네상스 2.0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서울은 빠른 속도로 산업화해 녹지 면적과 문화·예술·여가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경쟁력을 갖춘 도시는 시민이 문화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풍부한 곳이기에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강 르네상스 2.0을 통해 서울은 세계 5위 국제도시로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하늘공원에 세계 최대 고리형 대관람차 서울링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링은 영국 런던의 ‘런던아이’를 벤치마킹한 큰 바퀴 모양의 관람차로, 바큇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높이는 180m에 달해 아랍에미리트의 ‘아인 두바이’ 다음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선기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해발고도 96m인 하늘공원에 서울링이 만들어지면 전체 해발고도가 275m로 여의도 63빌딩(264m)보다 높아져 어디든 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링에서는 최대 25명이 탈 수 있는 캡슐 36개가 초속 0.25m 속도로 돌아간다. 탑승 인원은 시간당 1474명, 1일 최대 1만1792명 탑승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1년에 350만명 이상의 관광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착공해 2027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다.
서울시가 하늘공원에 서울링을 만들겠다고 결정한 가장 큰 배경은 상징성 때문이다. 하늘공원은 서울의 관문이자 남북통일시대 새로운 관문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남과 북의 결절점으로서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염원을 담겠다는 취지에서 의미 있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한강과 서울 도심은 물론 남산, 북한산, 관악산 등 자연경관 조망이 가능하다. 또 쓰레기 매립지라는 과거와 서울이 지향하는 미래(탄소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다만 대중교통이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친환경 자율주행 버스와 함께 곤돌라가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처럼 한강변 주요 거점을 공중에서 연결하기 위해 곤돌라를 설치할 구상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다리에 집중돼있는 한강 종단의 기능을 곤돌라가 분담하게 된다.
한강 곤돌라의 핵심은 런던과 같이 수변공간의 이동성을 확장하고, 색다른 경험을 통한 여가문화 명소를 조성하는 것이다. 후보지로는 뚝섬, 잠실, 서울숲, 상암 일대가 검토되고 있다. 모두 시민이 즐겨 찾는 공간이지만 교통 접근성과 연결성이 부족해 교통수단 보완이 필요한 지역이다.
특히 지하철 종합운동장역과 뚝섬유원지역을 잇는 1.6㎞ 구간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잠실 주경기장에서 뚝섬 유원지까지 대중교통으로 환승해 가면 30분이 걸리지만, 곤돌라를 이용하면 5~6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서울시는 한강 곤돌라가 교통 기능뿐 아니라 한강을 색다르게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기존 여의도, 반포 한강공원 등 도심에 집중되는 관광객을 유인해 보다 넓게 한강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곤돌라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관광 및 교통수요를 면밀히 파악해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는 대상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여의도공원에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수변 문화 랜드마크로서 제2세종문화회관이 들어선다. 서울 3대 도심 중 서울 도심에는 ‘세종문화회관’, 강남 도심에는 ‘예술의 전당’이 있지만 여의도·영등포 도심에만 대표적인 공연장이 없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여의도공원 내에서 한강과 가까운 마포대교 남단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기로 했다.
2000석 규모 대공연장과 400석 규모 소공연장과 함께 음식점, 문화 교육 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공연을 관람하지 않는 시민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한강 조망 전망대도 설치된다. 서울시는 인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쪽에 만들 ‘서울항’ 이용객이 제2세종문화회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연계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3도심에 균등하게 공연장이 위치하게 돼 문화균형발전 및 교류의 거점이 될 것"이라면서 "문화 요소 확충을 통해 도심으로서 여의도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잠수교는 수상 산책로로 탈바꿈한다. 2026년까지 물 위에서 산책하며 영화,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잠수교는 반포대교 하단부에 위치해 차량정체 등은 최소화하면서도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안전한 수상 산책이 가능한 곳이다. 선유도에는 순환형 보행 잔교를 조성하고, 노들아트브릿지, 서울숲 컬처브릿지도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한다.
한강공원 곳곳의 낡은 수영장은 ‘자연형 물놀이장’으로 리모델링된다. 자연형 물놀이장은 기존 수영장과 달리 숲과 어우러지고, 한강 전망을 감상할 수도 있다. 2024년 잠실에 먼저 개장해 시민 의견을 들어 광나루, 잠원, 망원 수영장까지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다.
이촌한강공원에는 물 위에 떠 있는 수영장이 만들어진다. 노후한 거북선나루터에 수영장을 만들어 한강에 띄우는 방식이다. 총 수영장 900㎡ 규모로 25m 레인, 어린이풀, 온수풀 등으로 구성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땅에서 걸어서 수영장을 오갈 수 있지만 이용객들은 한강에서 수영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부유식 수영장과 함께 수상 레저, 공연·전시 등을 즐길 수 있는 복합시설인 ‘한강 아트피어’를 조성한다. 한강 아트피어 조성비용은 약 300억원이다. 올해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후, 이르면 2025년 조성 공사에 착공해, 2026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촌 한강 아트피어를 시작으로 한강 곳곳에 부유식 수영장과 요트, 패들보드, 수상스키 등 다양한 수상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는 마리나 시설을 단계적으로 늘려 관광 명소화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강의 큰 폭을 활용해 ‘한강 스포츠 르네상스’를 새롭게 시작한다. 한강의 수상·수변을 활용한 야외 스포츠·레저 교실·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 초보자들도 안전하게 수상스포츠 종목에 입문하도록 돕는다. 또한 종목별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해 시민들에게 친숙한 수상스포츠 문화를 만들고, 국제수영대회, 트라이애슬론 등 국제스포츠 대회를 유치해 한강을 스포츠의 메카로 만든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스포츠·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안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핵심 성장 거점을 도시혁신구역으로 지정하고 한강과 연계해 개발한다. 도시혁신구역에서는 서울시가 기존 도시계획 체계에서 벗어나 도시 건축의 용도 제한을 두지 않고 용적률과 건폐율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한강변 대규모 도시계획시설을 다양하게 활용하기로 했다. 잠실운동장의 경우 K-콘텐츠, 신산업 전시 개최 등 미래전략산업 중심의 글로벌 MICE 허브로 구축한다. 서울시는 올해 안에 민간사업자와 협상을 마무리하고 2024년 말 착공한다는 목표다. 여의도 금융중심지는 국제금융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 상향과 용적률 인센티브, 높이규제 완화 등 대폭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오 시장은 "용도구역이나 높이 제한 등 규제를 최소화해 민간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활력있는 도시공간을 창출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강변 주거지역이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그릴 수 있도록 재건축 규제 등은 과감히 완화된다. 현재 한강변은 마치 성냥갑을 늘어놓은 듯 일률적인 경관을 보인다. 시는 35층 층수 규제와 함께 한강변 주동 15층 등 경직된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하는 등 도시 경관에 자율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현재 한강변 76%가 주거지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이 중 약 90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한강 접근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공공기여를 받을 계획이다. 한강을 녹색 보행 동선으로 연결하고, 저층부에 상업·업무 등 복합용도를 유도해 한강변 토지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15년 전 한강 르네상스를 추진할 때,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 한강이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모든 것이 실증됐다"면서 "한강변에서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가족 단위로 나와서 한강을 즐겼는데 그것이 가능한 공간이 없었다면 1000만 시민이 큰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강 르네상스는 이름만 문예부흥일 뿐, 아직 한강변에 문화예술 시설물을 완성하지 못했다"며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시민이 주말을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이 더 풍성하게 들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 본류에만 천착한 이전과 달리 지천까지 한강 르네상스 2.0이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오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1.0 당시 한강 본류만 고민했다면, 한강 르네상스 2.0에서는 한강과 똑같은 컨셉으로 안양천, 탄천, 홍제천, 중랑천 등 4대 지천변이 바뀌어 25개 자치구에 고루고루 삶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배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