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없는 휘발유’ 포르셰 칠레 연료 공장 가보니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에 위치
바람 많이 불어 풍력에너지 얻기 좋아
이를 통한 합성 연료 생산
내연기관 차량에 그대로 사용 가능
아직 경제성은 부족

비엔토스 푸에르테스(Vientos fuertes). 스페인어로 ‘강한 바람’이라는 뜻이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칠레 최남단 도시 푼타 아레나스의 포르셰 하루오니 파일럿 플랜트에선 비엔토스 푸에르테스를 느낄 수 있었다. 공장 입구에서부터 운영사 HIF(Highly Innovative Fuels) 깃발, 칠레 국기 등이 부러질 듯이 휘날리고 있었다. 차량에 내리니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심지어 옆 사람과 말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햇볕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옷깃을 여밀 수밖에 없었다.

포르셰 하루오니 e퓨얼 공장 [사진제공=포르셰 A.G]

이곳엔 우뚝 솟은 풍력 발전기 1대가 있다. 약 5㎞ 떨어진 공항에서도 보일 정도다. 차를 타고 이동해 공장에 도착하는 동안에도 발전기는 계속 돌고 있었다. 그 밖에는 은색 파이프들이 꼬여 있는 설비들이 즐비했다. 공장 시설 외에 주변 풍경은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만 가득하다. 이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지난해 독일 자동차 회사 포르셰가 재생합성연료(e퓨얼) 생산을 위한 시범 공장을 세웠다. 탄소 배출에 책임감을 느낀다며 친환경 연료 개발에 나섰다. "모두가 가만히 있으면 발전이 없다. 시작을 통해 발전이 있다"는 청사진을 통해 재생 에너지 개척자를 자처하고 있다.

e퓨얼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그대로 주입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 연료다. 기존 휘발유와 동일한 성분이기 때문에 차량 운행 중 배출가스가 나온다. 하지만 연료 생산 과정에서 공기 중 이산화탄소 상당량을 포집한다. 이 때문에 탄소 중립 연료로 분류한다.

e퓨얼 생산 과정은 풍력 발전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에너지와 지하수·도시에서 공급받은 물을 합친다. 여기에 압력을 가하는 전기분해 과정을 거쳐 수소 분자(H2)를 만든다. 생산한 수소와 함께 주변 공기를 포집해 걸러낸 이산화탄소를 압축기에 넣어 e매탄올을 만든다. 이후 특정 공정을 거쳐 e가솔린으로 변환시킨다. 만들어진 수소는 수소차 연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가솔린으로 변환해 기존 내연기관에 그대로 활용하려는 것이 포르셰의 의도다.

포르셰가 푼타 아레나스에 공장을 세운 이유는 바람 때문이다. 탄소 중립을 위해 전기 생산도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해야 한다. 포르셰는 풍력 발전을 택했다. 푼타 아레나스가 속한 파타고니아 지역은 1년 중 약 270일 동안 강한 바람이 분다. 시속 15~20㎞이 기본이며 겨울엔 최대 시속 120㎞도 나온다. 덕분에 풍력 터빈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포르셰는 이 공장에 7400만달러(약 1000억원)를 투자했다. 공장 크기는 5만7000㎡로 축구장 8개와 맞먹는다. 연간 350t의 e매탄올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최종적으로 e퓨얼 13만ℓ를 생산한다. 포르셰는 푼타아레나스 항구를 통해 공장에서 생산한 e퓨얼을 유럽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다만 e퓨얼의 경제성은 아직 부족하다. 우선 대량생산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2027년까지 3개 공장에서 매월 7억1505만ℓ의 e퓨얼을 생산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소비한 석유 소비량이 77억8705만ℓ이다. 생산량이 한 국가 소비량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오니 공장에서 생산된 e퓨얼 [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또 아직은 e퓨얼 생산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보인다. ℓ당 생산비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대외비라 말할 수 없다"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마르코스 마르케스 포르셰 e퓨얼 프로젝트 매니저는 "아직 합성 휘발유가 원유만큼 저렴할 수 없다"면서도 "중기적인 관점에서 대규모 생산이 이뤄진다면 ℓ당 2달러 미만의 가격이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르셰 칠레 하루오니 e퓨얼 공장 내부 모습 [사진제공=포르셰 A.G]

산업IT부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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