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전역의 주(州)·시(市) 정부가 지자체 내 기업에 제공하던 세금 인센티브 제도를 수정할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섞은 형태)가 확산하면서 세수와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자 이를 이유로 지급했던 세금 감면 기준을 바꿔야 할 지 검토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가 세금 인센티브 제도와 관련한 규정을 강화하면 재택근무를 위협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이 당연했던 팬데믹 이전 시대에 맺어진 계약"이라면서 "지자체 정부가 (기존 규정을 준수하라고) 엄중히 단속해 압박할지 아예 내용 자체를 다시 정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주·시 정부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지자체 내 기업들과 일정 비중 이상의 직원들이 사무실로 나오면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매해 맺어왔다. 해당 기업 근로자가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 내에 거주하고 있을 경우 세금 감면 혜택을 줬다. 주로 사무실이 있는 본사에서 지자체 정부에 소득세를 납부하는 점을 고려해 제공한 혜택이었다.
동시에 직장인이 사무실로 출근하면 건물 인근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소비가 늘고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올라간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면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아진다. 지자체 정부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직장인의 사무실 출근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지원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의 세스 마틴데일 선임 국장은 "계약 사항에 지금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재택근무라는 개념은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코로나19가 전체적인 환경에 변화를 줬다. 모두가 지금은 배우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동부 뉴저지주와 중남부 텍사스주는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 구체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직원의 비중을 정해준 지자체다. 팬데믹 이전 뉴저지주는 80%, 텍사스주는 50%를 넘겨야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었다. 이들은 코로나19 기간에는 잠시 규정 적용을 중단했지만, 지난해부터 계약 사항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저지는 세금 인센티브를 계속 받기 위해선 주 3일 사무실 출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발표했고, 텍사스주도 근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현장에 나오지 않으면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에 2017년 뉴저지주로 본사를 이전한 소프트웨어 회사 iCIMS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 완전 재택근무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주 정부로부터 받던 세금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게 됐다. 그 규모만 최소 1300만달러(약 170억원)였다고 블룸버그는 뉴저지주 정부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업체 측은 "직원들의 근로 환경 선호도를 종종 측정하고 있으며 우리 팀에 재택 우선 근무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계속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택을 하는 업체들이 늘자 뉴저지 주의회는 지난해 12월 사무실 복귀 정책을 도입하는 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해 세금 인센티브 제공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 별도의 신청서를 내 올해 말까지 주 1회 사무실 출근 기준만 충족하면 혜택을 지급하기로 했다. JP모건, RBC캐피털 등 100여개의 기업이 뉴저지와 세금 인센티브 제공 계약을 맺었지만, 현재까지 이 제도를 이용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은 없다고 뉴저지 경제개발청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밝혔다.
다른 주는 아직 요구사항이 구체적이진 않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주 또는 시 정부가 그동안 세금 인센티브 계약에서 사무실 출근 또는 주 내 거주 조건을 내건 이유가 소득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주 내에 남아서 소득세를 납부하기만 하면 근무 형태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이 일부 지자체 정부의 입장이다. 오하이오, 캔자스, 노스캐롤라이나는 최근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주 내에 거주한다면 세금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문제는 물가가 비싼 지역에 회사 본사가 있으면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이유로 해당 지역을 벗어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소득세를 걷는 주체가 달라질 수 있어 지자체에서는 이에 따른 효과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주 또는 시 정부 입장에서는 사무실 출근 기준을 한층 강화하면 회사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고 이를 기준을 낮추면 세입이 줄어 예산 부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