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고지서 보름 앞으로…중산층 대책 나오나

[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이달 '난방비 폭탄' 고지서가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의 중산층 지원 확대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 역시 난방비 대란을 예상하면서 중산층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추가 지원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12일 정치권 및 관가에 따르면 당정은 2월 난방비 고지서가 각 가정에 전달되는 이달 말까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가스 지원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난방비 급등에 따라 중위소득 50% 이하인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등 취약계층에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최대 59만2000원의 도시가스비를 지원하고,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취약계층 8만4000가구에도 같은 수준의 난방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예비비 1000억원과 기존 예산 800억원 등 1800억원을 투입했다.

가스계량기에 쌓인 눈 <br />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26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가스계량기에 눈이 쌓여 있다. <br /> 정부는 '난방비 폭탄'으로 인한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과 가스요금 할인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3.1.26 pdj6635@yna.co.kr(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제는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을 확대할 경우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 여부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중산층 지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기재부는 재정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위소득 50~150%의 비중은 2021년 기준 61.1%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중산층이라는 의미다. KDI의 분석대로 모든 중산층에 난방비를 지원할 경우 비용은 수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 지원금을 주장하며 추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다만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산층에 난방비를 직접 지원하거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스요금을 올려놓고 재정에서 지원하는 건 조삼모사"라며 "차라리 공기업의 적자에 대해 직접 보전하거나, 전체적 방향으로는 에너지 절약이나 효율화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역시 "국가 재정건전성과 예산 상황을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변수는 이달 난방비 고지서가 예상을 뛰어넘는 이른바 '핵폭탄'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달 지속적인 한파와 지난해 12월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확인하기 전 이미 각 가정의 가스 사용량이 상당한 수준에 달했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달 난방비 고지서가 예상치를 상회할 경우 관계부처 역시 중산층 지원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봉구 주택가 우편함에 꽂힌 난방비고지서

기재부 역시 중산층 지원에 대한 일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직접적인 예산을 투입하기보다, 비용 감면 등 우회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추 부총리는 "중산층에 대한 부담을 어떻게 시간을 두고 소화해나갈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서도 "현재 취약계층에 난방비를 지원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줄줄이 인상하는 공공요금까지 고려하면 난방비 지원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난방비 지원 범위 확대에 따른 추가 예산투입과 공공요금 인상 변수가 합쳐질 경우 고물가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1월(5.2%)에 이어 이달에도 5%대 초반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5%대 고물가가 상당 기간 굳어지게 될 경우 서민 부담 가중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서울시는 이달 1일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했고, 3월에는 경기도 역시 중형택시 기본거리를 2.0㎞에서 1.6㎞로 줄이고 기본요금을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1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4월에는 서울시가 지하철·버스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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