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외환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은행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은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원화 환전' 시장 개편이다. 7일 시중은행(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 외환 관련 부서는 관련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재까진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주식을 사려고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면 반드시 우리나라 시중은행 중심으로 운영되는 외환시장에 들어와야 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글로벌은행에서도 1차적으로 새벽 2시까지, 장기적으로 24시간 원화 환전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외환 시장 전선이 세계적으로 확장됐다.
국내 은행들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원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환전 거래량 확대되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본다. 반면 국내 은행들보다 플랫폼 측면에서 앞서는 글로벌 은행과 경쟁하면 오히려 가지고 있던 파이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은행 외환팀 관계자는 "원화 환전 시장 접근성이 좋아지면 해외 투자자들이 관심을 더 보일 거고 신규 고객도 발굴할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 은행이 가지고 있던 원화 환전 점유율을 외국계 은행과 공유해야 하고, 같은 선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했을 때 우리의 경쟁력은 아직 부족한 실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영업시간 연장과 인프라 부족이 걱정거리다. B은행 외환 관련 업무 직원은 "기존 업무시간에만 운영되던 외환시장이 1차적으로 새벽 2시까지 연장되는데 인력 배치와 외국은행 대비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과제"라며 "야간 시간에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역외 영향력이 커지면 시장이 급작스럽게 변동할 때 대응도 문제"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방을 하며 금융당국에서 제도를 점검해줘야 할 문제도 있다. C은행 외환팀 관계자는 "외환거래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 KYC(Know Your Client, 신원확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지금까진 관련 기업 대표의 연락처와 집주소까지 확인을 해야했다"며 "이런 잣대를 앞으로 새로 들어오는 외국기업들에까지 적용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고, 이게 우리나라 은행들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했다.
D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수수료가 수익의 주요 원천 중 하나"라며 "원화 환전 시장 확대를 앞두고 해외 은행과 경쟁해서 승부를 볼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우려면 은행과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