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우래기자
세계적인 축구명장 펩 과르디올라(스페인)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지난 10일 가레스 베일(웨일스)의 은퇴 소식을 접하고 재밌는 반응을 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제 베일은 환상적인 골퍼가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베일이 바빠서 같이 골프를 치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그를 초대해야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한 베일은 ‘골프광’으로 유명하다. 본업인 축구보다 골프로 이슈가 됐다. 개인 베스트는 67타다. 집 뒤뜰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격전지 소그래스 TPC의 시그니처 홀인 17번 홀(파3)을 만들 정도로 골프를 사랑한다.
베일은 자신의 고향인 카디프시티에 골프연습장을 오픈했고, 파59 규모의 미니 골프 코스에 음식점까지 열었다. 현지 사업체와 손을 잡아 대규모 골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베일은 “내가 골프를 사랑하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베일은 웨일스에서 열리는 유럽프로골프투어 대회의 주최자로 나서기도 했고, 세계 골프를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의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이 베일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화제를 낳았다. 베일은 월드컵 기간 중 숙소 호텔에서 잘 갖춰진 고급 스크린 골프장을 찾고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메이저리그(MLB) 강타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쿠바)는 골프 사랑이 지나쳐 구설에 올랐다. 2011년 쿠바에서 망명한 뒤 골프에 입문했고 레슨 한 번 받아본 적 없는데도 보통 70대 중반 스코어다. 저녁에 메이저리그 경기가 있는 날에도 아침 일찍 코스에 나갈 정도다. 2015년 포스트시즌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어깨 통증으로 교체됐는데 이날도 골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곤경에 처했다.
국내에서는 MLB 통산 124승에 빛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골프에 진심이다. 단순 취미를 넘어 프로 대회까지 등판하고 있다. 박찬호는 2012년 은퇴 뒤 한동안 우울증을 겪었다. 당시 골프 클럽을 잡으면서 이 증상을 떨쳐냈다. 일주일에 1~2번 라운드를 하고, 하루에 500~600개의 공을 칠 만큼 ‘연습벌레’다.
박찬호는 소문난 장타자다. 드라이버 헤드 스피드가 최대 137마일(220㎞)을 기록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127마일)보다 빠르다. 헤드 스피드, 볼 스피드 등 드라이버 샷 데이터는 프로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박찬호는 캐리로 평균 300야드 이상을 날려 보낸다. 런까지 계산하면 320야드를 넘나드는 파워를 갖췄다. 박찬호는 로프트 8.5도 헤드에 8TX 샤프트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강한 스펙이다.
박찬호는 2018년 휴온스 셀러브리티 프로암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뷔전을 치렀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정규투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골프협회의 공인 핸디캡 3 이하 증명서를 받아 추천 자격으로 나서고 있다. 물론 성적은 좋지 않다. 대부분 최하위다. 박찬호는 “또다시 한계에 도전하고 싶어서 프로 대회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미국과 국내에서 자선 골프대회도 개최하고 있다.
실력이 출중해 프로 대회를 나가는 선수도 있다. MLB 전설 존 스몰츠(미국)가 대표적이다. 은퇴 이후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2부)투어에 출전하는 등 꾸준하게 필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19일 밤 막을 올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3년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선 셀럽 부문에 출격한다. 이미 두 차례 우승한 경력이 있다.
미프로풋볼(NFL) 댈러스의 명 쿼터백 출신 토니 로모(미국)의 기량도 발군이다. PGA투어 선수급 실력을 갖췄다. 실제 PGA투어 코랄레스 푼타카나 리조트&클럽 챔피언십 등에 출전한 적도 있다. 로모는 US오픈에 도전해 2차 예선까지 진출했다. “내 최고 관심사는 풋볼과 가족, 다음은 골프”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로모는 지난해 7월 미국 스포츠 전·현역 스타 등 유명인들이 총집결한 아메리칸 센추리 챔피언십에서 ‘옛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미프로농구(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미국)도 평소 70대 타수를 어렵지 않게 기록하는 선수다. 커리는 “은퇴 후 골프선수로 변신하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자선 골프대회를 주최하고, 형편이 어려운 골프 선수를 도와주는 마음이 따듯한 선수다.
‘옛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미국)은 연간 평균 100회, 최대 380회의 라운드를 한 적이 있다. 페라리 승용차 번호판에는 아예 ‘예약된 골프 미치광이’라고 적혀 있다. 조던은 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인터내셔널팀이 맞붙는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팀의 부단장직을 맡기도 했다.
‘왕년의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이상 미국),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도 스포츠계가 인정하는 ‘골프 마니아’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