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주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하는 ‘내재역량’은 건강하게 나이를 들기 위해 삶의 요소를 다면적으로 관리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는 운동 시간과 같은 가시적 건강 지표는 물론 정신건강 등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모두 고려한다.
미국노인병학회와 미국병원협회는 내재역량을 관리하기 위해 ‘4M 건강법’을 강조한다. 삶의 네 가지 축인 ▲이동성(Mobility) ▲마음건강(Mentation)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을 주요하게 관리하는 건강법이다. 이동성은 신체기능, 활동, 운동 등을 뜻하고 마음건강은 정서, 인지를 말한다. 건강과 질병은 식습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가리키며, 나에게 중요한 것은 4M에 관한 계획과 목표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삶의 지향점, 목표 등을 의미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4M 건강법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노화와 질병은 한순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습관에 의해 만들어지며 요행에 기댈수록 여러 급성·만성질환이 발생해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계기를 만든다"며 "수십년 동안 꾸준히 내재역량을 관리하면 오랜 기간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는 최근 출간한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에서 4M 건강법을 기반으로 당장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과 그에 따른 습관들을 자세히 알려준다. 먼저 우리 신체를 이해해야 한다. 생활 습관에 따라 달라지는 혈당, 도파민 등과 노화 속도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한다. 나의 삶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잘못된 다이어트와 음주, 흡연은 가속노화를 발생시키는 주된 습관이다. 무엇보다 나쁜 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노년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심리적 기제를 극복해야 한다. 노년 이전 세대, 혹은 환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노화와 질환 예방을 위해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내재역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생물학적 노화를 앞당기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이제는 내재역량을 키울 때가 왔다고 정 교수는 진단한다. 먼저 ‘가속노화 사이클’을 자각하는 데서 내재역량 경영이 시작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식사를 거르거나 운동을 하지 못하거나 잠을 줄이는 경우, 처음의 생각과 달리 목표 달성마저 방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단편적인 사실에 집중하기보다는 삶 전체를 조망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당장의 편리함에 취해 미래의 불편을 맞닥뜨리는 것을 막을 ‘덜어내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 교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 자체가 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이 근본적인 오류를 이해하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남은 생애에는 편안함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