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충북 충주시의 관광 명소인 한 동굴에서 직원들이 관람 마감 시간 전에 동굴 내의 불을 끄고 조기 퇴근해 관람객이 깜깜한 동굴 안에서 수 분 동안 공포에 떠는 일이 발생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을 겪은 대전에 사는 40대 A씨는 아내와 함께 지난달 30일 오후 5시쯤 충북 충주시의 활옥동굴을 찾았다. 이들은 입장 전 매표소에서 관람 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는 얘기를 듣고 동굴을 둘러본 다음 출구 쪽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마감을 6분가량 앞둔 오후 5시54분 갑자기 불이 꺼지며 동굴은 이내 암흑천지로 바뀌었다.
갑자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크게 당황한 A씨는 휴대전화의 손전등을 켜고 간신히 출구를 찾았으나, 이번에는 사람 키를 넘는 거대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어 또 한 번 곤란함을 겪었다. 그는 철문 아래 잠금장치를 들어 올린 후에야 간신히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A씨는 연합뉴스에 "동굴을 빠져나왔을 때 시간도 (마감 시간인) 오후 6시가 되지 않았는데 동굴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폐쇄된 공간에서 갑자기 불이 꺼져 갇혀 있던 1분이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이후 동굴 관리 업체와 충주시청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굴을 탈출한 후 업체 담당자 연락처를 찾아 전화해봤지만 일반 전화밖에 없어 연결되지 않았으며, 시청 당직실에도 전화해 항의했지만 1주일 동안 아무런 사과나 조치도 없었다"며 "이번에 겪은 공포로 나와 아내는 앞으로 다시 동굴을 찾지 못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동굴 안에는 찜질기와 게임기, 보트 등 여러 위락시설이 있어 더 주의해야 하는데 직원들이 근무시간도 지키지 않고 관람객 유무도 확인하지 않은 채 퇴근하는 안전불감증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했다. A씨는 지난 3일 이런 내용을 정리해 민형사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충주시장에게 보냈다.
활옥동굴(구 동양광산)은 일제강점기인 1922년부터 100년 가까이 활석, 백옥, 백운석 등을 채굴하던 길이 57km의 아시아 최대 규모 광산이었으나 채굴이 중단된 다음 2019년부터 민간 업체에 의해 2.5km 구간이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이곳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데이트 명소, 사진 촬영 명소 등으로 알려져 연간 누적 관광객 수가 40만 명을 넘어서는 인기 관광지다.
활옥동굴은 천연동굴이 아닌 인공동굴이어서 관광안전법상 관련 법규도 미비한 안전 사각지대다. 충주시청 관계자는 "동굴 안에는 20m 간격의 유도등이 있었는데 관람객이 많이 당황해 보지 못한 듯하다"며 "활옥동굴은 인공동굴이어서 허가 관련 법규가 없으며 전기와 소방, 오락기 등과 관련한 안전 문제들은 소방서와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부서들과 협의해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논란이 커지자 동굴 관리업체인 영우자원의 이영덕 대표이사는 사과문을 내고 "당사의 영업시간 미준수로 피해를 겪은 고객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모든 상황이 당사의 잘못임을 인정하며 필요한 모든 최대한의 후속 조치 및 보상 절차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