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치고, 휠체어로 치고'... 극한대치 전장연 선전전

전장연, 오전 8시20분께 기습 지하철 시위 나서
삼각지역장, 안내 방송 중 휠체어에 치여 병원행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3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사진=최태원 기자 skking@

[아시아경제 최태원 기자]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려는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과 이를 저지하는 서울교통공사와 대치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선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전장연 활동가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삼각지역에선 삼각지역장이 휠체어에 치여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전장연은 3일 오전 8시20분께 기습 지하철 시위에 나섰다. 전장연은 당초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선전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으나 2시간가량 앞당겼다.

십수명의 전장연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8시22분께 기습적으로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지하철 4호선에 승차했다. 이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하차 후 재승차를 시도했지만, 서울교통공사 측에 가로막혔다. 탑승 제지에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삼각지역으로의 ‘이동’이 목적인데 왜 못 타게 하는가. 오늘은 너무 억울해서 공사에 공개사과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3일 오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4호선 승강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의 불법 부착물 부착 행위를 저지하고 있다./사진=최태원 기자 skking@

곳곳에서는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오전 10시10분께엔 몇몇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강제 탑승을 시도하자 경찰들이 방패로 이를 막는 일촉즉발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을 막던 경찰들은 “밀지 마라. 위험하다. 경찰도 사람이다”며 소리쳤지만, 활동가들은 “우리도 사람이다. 지하철 타게 나와달라”며 맞받아쳤다.

5분여 뒤엔 한 전장연 활동가가 밀지 말라고 면전에 소리를 지르자,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그를 밀치면서 양 측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이들을 분리 조치하는 등 즉각 대처하면서 상황은 악화되지 않았다.

삼각지역장(가운데)이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안내 방송을 하던 도중 휠체어에 치여 쓰러진 후 병원에 실려갔다./사진=최태원 기자 skking@

삼각지역에서 공사와 전장연 간 대치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선 삼각지역장이 전장연 활동가의 휠체어에 치여 병원에 실려갔다. 그는 전장연을 향해 "전장연은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시기 바랍니다. 퇴거불응 시에는 공사는 부득이 열차 탑승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하던 중 휠체어에 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기습 탑승을 제외하곤 전장연은 지하철 탑승 자체가 원천 봉쇄됐다. 삼각지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 4호선 승강장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과 경찰들이 길게 늘어서 전장연의 출입을 대비하고 있었다.

한편 지난달 19일 법원은 열차 운행을 5분을 초과해 지연시키는 선전전을 금지하는 강제조정을 결정했고 전장연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데 5분이나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이에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측이 철도안전법을 근거로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승하차를 막아서면서 2일 지하철 선전전은 약 12시간30분 동안 대치 상황이 이어지며 밤 10시까지 시위가 계속된 바 있다.

이런 대치로 4호선 당고개 방면 열차 13대가 무정차로 삼각지역을 지나기도 했다. 전장연은 공사가 정당한 탑승을 거부한다며 삼각지역에서 1박2일간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가 포기한 뒤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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