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확대되는 기업 리스크를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9일 '한-베 수교 30주년 기념, 한국과 베트남 경제협력의 발자취와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과 베트남의 교역규모는 164배 증가했고, 상호투자는 145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중국, 미국을 이어 한국의 제3위 교역국이 됐고, 한국은 베트남의 제1위 해외직접투자국이 됐다.
특히,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한국의 베트남 투자와 교역 품목의 고부가가치화는 양국 산업과 교역의 호혜적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2010년대 이후 컴퓨터, 통신장비, 유통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다각화했다. 수교 초기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섬유 제조업의 비중이 76.1%에 달했으며 1차 금속, 의복 액세서리, 가구 등까지 포함해도 5개 업종에만 투자가 이뤄졌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베트남 투자 업종은 전자부품, 컴퓨터, 자동차를 비롯해 금융 및 보험, 건설 등 서비스까지 57개 업종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베트남 수출에 있어서도 현지 생산에 필요한 '고위기술 중간재'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베트남으로부터의 수입도 소비재 중심에서 자본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경제교류 외 양국 간 인적교류 및 문화교류 역시 활발해졌다. 올해 10월 기준 한국 내 체류 외국인 중 베트남인의 수는 23만여 명으로 중국인(24만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으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국내 베트남 유학생과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한류를 중심으로 문화교류가 확대되며 베트남 내 한국의 국가브랜드 파워지수(BPI)도 1위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 미-중 갈등 심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등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만한 리스크 요인들이 확대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베트남의 무역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요국들의 베트남에 대한 반덤핑, 상계관세 조사가 증가하고 있다.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무역구제조치 신규조사 건수는 2010년대 약 10건 내외였으나 2020년 27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중국과 통상마찰을 겪고 있는 지역들로부터 중국산 제품의 우회수출 조사 대상으로 자주 오르며, 우리 기업들도 함께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국산 원재료를 활용해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미국으로 수출된 한국 철강제품도 함께 우회수출 조사대상이 됐다.
인건비, 임대료 등의 가파른 상승도 우리 기업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숙련노동력의 부족은 현지공장 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중이다. 베트남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2020년 기준 최근 5년간 연평균 6.0%로 아시아 18개국 가운데 5번째로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베트남 남부지역의 산업단지 임대료는 2020년 4분기 평방미터 당 109달러에서 2022년 1분기 190달러까지 상승했다.
이외에도 복잡한 청산절차와 엄격한 이전가격세제는 한국의 베트남 현지 사업의 유연한 운영을 저해하고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병선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향후 한-베 경제협력 모델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양국을 둘러싼 리스크 대응을 위한 공조, 그리고 미래 유망분야에서의 협력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베트남의 경제발전 방향과 한국의 강점 등을 고려했을 때 스마트시티, 미래 농·축산업, 교통인프라, 에너지, 문화·엔터 등 5개 분야에서 협력이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