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기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영화 '광복절 특사'와 더불어 대중에게 친숙한 특별사면(특사)은 성탄절 특사다. 실제로 해마다 성탄절(12월 25일)이 다가오면 정치권은 특사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12월 초부터 성탄절 특사가 핵심 이슈 키워드로 등장하다 보니 대중이 친숙하게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정말로 성탄절 특사는 대중이 익숙하게 느끼는 것처럼 자주 단행됐을까. 성탄절 특사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태우 정부 임기 말기인 1992년 12월 24일 5공 비리 관련자인 전경환씨 등에 대한 성탄절 특사가 단행됐다. 밀입북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임수경씨와 문규현 신부 등도 성탄절 특사 대상이었다.
역대 정부는 연말이 다가오면 특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중이 '연말 특사=성탄절 특사'라는 등식을 형성하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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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공식적으로 성탄절 특사를 단행한 사례는 많지 않다. 광복절(8·15) 특사는 물론이고 부처님오신날 특사와 비교해도 성탄절 특사는 현저히 적다. 특히 밀레니엄 시대인 2000년 이후에는 단 한 차례도 성탄절 특사를 단행한 사례가 없다. 이는 대중의 기억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성탄절 즈음에 특사를 발표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4일에도 법무부 특사 발표가 나온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특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당시 특사는 성탄절 특사가 아니라 '2022년 신년 특별사면'이었다.
법무부는 "정부는 2022년 신년을 앞두고, 2021년 12월 31일 자로 중소기업인·소상공인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특별 배려 수형자,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 선거사범, 사회적 갈등 사범 등 309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2000년 이후 대통령을 역임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성탄절 특사 대신에 신년 특사 형식을 취했다. 2000년 이후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특사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성탄절 특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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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치적인 포석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 특사는 법무부의 가석방과는 개념이 다르다. 사면법 제9조 '특별사면, 특정한 자에 대한 감형 및 복권은 대통령이 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한 고도의 통치 행위다. 다만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하면 법률의 근간을 해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과거 청와대)은 정치적인 부담을 상쇄하면서 정치적인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사면권을 활용했다. 성탄절보다는 신년 특사 형식을 취하는 게 정치적인 효과는 좋고 부담은 덜하다.
성탄절 특사는 특정 종교의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있다. 다른 종교의 기념일에도 특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시기적으로 성탄절과 신년이 근접해 있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신년 특사 형식을 취했던 이유다.
올해 연말에도 특사는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포함한 특사를 연말에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형식은 성탄절 특사보다는 신년 특사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정례 국무회의가 오는 27일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특사와 관련한 절차를 거쳐서 이날 특사 발표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사가 이뤄진다면 여야 정치인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